당신은 자신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찬성표를 던진다. 밤새워 공부하면 성적은 당연히 오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열심히 뛰어다니다 보면 매출실적은 오르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 프로급 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즉 많은 사람들이 삶의 대부분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이러한 현상을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라고 한다. 통제의 환상은 사람들이 외부 환경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통제할 수 있거나 의지대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심리적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자신이 운전할 때보다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탔을 때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제적 환상의 심리를 잘 나타내는 실험을 살펴보자. 실험 참가자들에게 동전 던지기를 해서 그림이 있는 앞면이 나오는지, 숫자가 있는 뒷면이 나오는지 맞춰보도록 알려 주었다. 실험 후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예측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0에서 10까지 숫자로 점수를 매기게 했다. 실험결과 참가자들은 평균 6.2에 표시를 했다. 그렇다. 자신의 능력이 중간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참가자들의 42%는 연습을 통해 예측 능력을 높일 수 있으며, 약 28%는 동전 던지기 실험을 할 때 딴생각을 하면 예측 능력이 낮아진다고 생각했다. 집중하면 예측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우리는 동전 던지기 실험에서 어떤 면이 나올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소한 부정적인 조건이야 자신의 노력, 성실함과 전문지식이 있으면 실패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모든 것이 변하고 있고 모든 것이 여러 관점에서 각각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고급 외제 스포츠카를 타고 시속 280㎞ 이상 주행하며 속도 경쟁을 벌이는 폭주족이 경찰에 검거되었을 때 경찰이 물었다. “왜 그렇게 위험하게 과속을 하는 겁니까?” 폭주족은 이렇게 대답했다. “통제가 되니깐 그렇게 달릴 수 있는 거에요.”
공동묘지는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다고 믿은 사람으로 가득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중요한 결정은 전부 자신이 직접 내리겠다.”는 통제의 환상에 빠져 러시아 원정과 같은 무모한 작전을 시도해 자신과 조직을 모두 위기에 빠뜨렸다.
매사추세츠대 토머스 키다(Thomas Kida) 교수는 그의 저서 《Don’t believe everything you think》에서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특히 경영환경과 주식시장은 인간의 탐욕, 소망, 미신과 같은 여러 감정과 동기가 녹아 있는 마음의 수프여서 과학적 분석이 통하지 않는다고 일갈한다. 우리는 자기 능력에 대해 과도하게 낙관적이며,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만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경영평론가(ijeong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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