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전사의 전력판매비를 일정 금액 이하로 제한하는 ‘전력도매가(SMP) 상한제’를 연내 도입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민간 발전사들은 정부의 전기료 인상 억제로 촉발된 한국전력의 적자 문제를 ‘민간회사 팔 비틀기’로 해소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안건으로 SMP상한제를 상정하고, 전기위원회 심사를 거쳐 연내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올해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한전 적자 부담을 민간발전사들도 분담해야 한다는 취지다.

SMP 상한제는 직전 3개월간 SMP 평균이 과거 10년간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할 때 발동된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각 발전사는 시장가격이 아니라 상한가격(시장가격 10년 평균의 1.5배)에 전력을 팔아야 한다. 적용 시기도 겨울철 3개월 동안 한시적 시행 후 연장 여부를 결정하자고 민간 발전사를 설득하고 있다.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구매비를 일부 보전하는 등 안전장치도 담을 계획이다. 이는 지난 6월 산업부 규제개혁위원회 통과안보다 민간회사 반발을 우려해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하지만 민간 발전사는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억눌러 촉발된 한전 적자 문제를 민간 발전사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반발한다. 전력 생산량의 77%를 차지하는 발전 공기업과 일부 재생에너지 발전사는 정산조정계수, 고정가격계약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규제 회피가 가능한 반면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는 상한제 시행의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해서다.

지난달을 기준으로 SMP상한제를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상한제 가격은 ㎾h당 160.98원이다. 10월 평균 SMP가 ㎾h당 253.25원인 점을 감안하면 발전사들은 ㎾h당 92.27원의 손해를 본다. 민간 발전사 관계자는 “LNG 가격이 폭락하는 등 큰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앞으로 수년간 민간 발전사는 상한제로 인한 손실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금융시장 불안이 전력산업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금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상한제가 도입되면 민간발전사의 자금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동두천드림파워, 포천민자발전, 대륜발전, 부산정관에너지 등 민간발전사가 내년에 갚아야 할 차입금은 모두 각각 1122억원, 165억원, 377억원, 200억원이다. 이는 각사 영업이익을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