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전거 탄 풍경
가을은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다. 봄날 흐드러진 벚꽃이나 청록의 시원한 녹음도 좋지만 사계절의 하이라이트는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 화려함을 뽐내는 단풍 지는 풍경이 아닐까.

전국에는 12개 국토종주 자전거길이 있다. 아라서해갑문에서 낙동강과 제주에 이르기까지 인증구간은 1853㎞에 달한다. 바람에 땀을 식히며 두 다리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인증수첩에 스탬프를 찍는 재미도 쏠쏠하다.

필자는 자전거를 사랑한다. 탄소중립의 시대. 단순히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수식어 때문만은 아니다. 도보 속도보다 느리게 오르는 오르막길. 고난의 여정 끝에 보상처럼 마주한 탁 트인 풍경은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꼼수 없이 정직하게 얻어낸 풍경. 오르막의 보상인 듯 내리막을 질주하다 보면 육체적 힘듦은 쉽사리 잊힌다. 그리고 또다시 오르막을 오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인생과 같은 자전거길. 그래서 단순히 좋은 차를 타는 것보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삶이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구릉지가 거의 없는 대전은 특히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다. 필자가 대전 시장으로 일할 당시 공용자전거 ‘타슈’ 전용도로를 조성했다. 타슈는 ‘타세요’라는 충청도식 표현이기도 하고, 자전거를 권유하는 의미도 된다. 시민들은 지금도 출퇴근길은 물론 자연경관이 수려한 갑천, 대청호, 대전천 등지의 하천변을 자전거로 누빈다.

유엔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6차 보고서에 의하면 2003년부터 2012년 사이 0.78도 상승한 기온이 2011년부터 2020년 사이에는 1.09도 상승했다. 지구 가열을 1.5도 이내로 막아내지 못하면 모든 육상 동식물의 15%, 열대 산호초는 최대 90%가 사라진다고 한다. 이상기후는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기후난민이 생기는 등 연쇄적인 ‘파국’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 10위권 탄소배출 국가다. 조사기관에 따라 7위까지도 그 순위가 올라간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도 올해 초부터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시행해 시민들의 실천과 참여를 이끌고 있다. 전 세계가 이렇게 1.5도 유지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지금. 대전천변 산책길에 있는 자전거 수리점의 낡은 간판문구 ‘자전거 타는 분이 애국자’는 더 이상 해묵은 어르신의 잔소리가 아니다. 어쩌면 푸른 물과 맑은 숲을 지켜내기 위한 우리의 살벌한 생존법을 담고 있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