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이전에도 응급실 두 번 실려 가…일하는 여건 안 좋았다"
사측 "한 차례 산재 처리, 정상적인 작업으로 노동부 조사 중"
대형코일에 깔린 청년, 다친 불편한 손으로 작업 중 참변
대형 금속 덩이에 깔려 숨진 삼성전자 협력사 제조업체 소속 청년 노동자가 1년여 전 안전사고로 다친 불편한 손으로 작업에 투입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8일 광주지역 전자제품 제조업체 디케이와 사고 유족에 따르면 전날 사망한 20대 노동자 A씨는 지난해 여름 작업 중 한쪽 손을 다쳤다.

A씨는 6주간 입원, 또 8주간 통원 치료를 받았으나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이후 재활 치료를 거쳤는데도 A씨는 다친 손으로는 주먹을 쥐지 못하는 등 일상에 불편을 겪었다.

A씨의 친형은 이날 장례식장에서 만난 기자에게 "동생이 일한 3년간 작업 중에 다쳐 야간에 응급실로 불려간 것만 두 번이 넘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족들은 양팔이 잘린 여성, 다리를 잃은 외국인 등 다른 노동자가 당했던 안전사고 사례를 들며 "일하는 여건이 안 좋다"며 디케이 노동 환경을 지적했다.

동생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도 공개했는데 작업 중 동료가 파편에 얼굴, 가슴, 허벅지 등을 맞는 일이 빈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멀리 떨어져서', '문을 닫고' 등 안전을 강조하는 형의 당부에 A씨가 '가까이 있다고', '문 없어'라고 답하는 대화도 포함됐다.

디케이 관계자는 A씨가 당한 안전사고 이력에 대해 "한 차례 산재 처리가 된 것으로 안다"며 "작은 상처는 치료만 받고 끝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체 절단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있었다는 증언을 두고는 "거기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유족들은 동료 노동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공장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을 근거로 A씨가 홀로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디케이 측은 "노동부가 조사 중이라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그렇지만 회사에서는 정상적으로 작업한 것으로만 안다"고 언급했다.

경찰과 노동 당국은 CCTV 사각지대인 대형 설비 반대편에 있었다고 증언한 동료 외국인 노동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 중이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여부를,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전날 오후 9시 14분께 광주 광산구 평동산업단지에 있는 디케이 공장에서 약 1.8t 무게인 철제코일 아래에 깔려 숨졌다.

이 업체 정규직인 A씨는 부품 원자재인 철제코일을 호이스트(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기계장치)로 작업대 위에 옮기는 공정에서 사고를 당했다.

아직 파악되지 않은 이유로 철제코일이 연쇄 이동해 작업대에 충격이 가해졌고, 작업대에 오른 코일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A씨를 덮쳤다.

디케이는 공기 가전제품, 생활가전 부품, 자동차 외장부품 등을 생산하고 정밀 프레스금형을 개발·제작하는 광주에 있는 삼성전자 협력사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회장 승진 후 첫 공식 행보로 방문해 주목받은 업체이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