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부터 14년에 걸쳐 일본 이시카와현이 개발한 독자 브랜드 포도 '루비로망'. /사진=연합뉴스
1995년부터 14년에 걸쳐 일본 이시카와현이 개발한 독자 브랜드 포도 '루비로망'. /사진=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포도로 꼽히는 '루비로망'의 원산지 일본이 "한국에 묘목이 유출됐다"며 발끈했다.

지난 7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나는 고급 브랜드 포도 '루비로망'의 묘목이 해외에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루비로망은 지난 7월 일본 국내 첫 경매에서 한 송이에 150만엔(약 1420만원)에 팔린 고급 포도로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시카와현 담당자는 지난해 8월 한국에서 루비로망이 팔린다는 TV 보도를 접한 뒤 올해 8월 한국에서 현지 조사를 실시했다.

서울 시내 백화점과 고급 슈퍼마켓 등 총 3개 점포에서 '루비로망'을 구입해 3송이를 국가 연구기관에 감정 의뢰했고, 그 결과 한국에서 구입한 루비로망은 이시카와현의 루비로망과 유전자형이 일치했다.

일본 측은 생육 기간으로 미뤄봤을 때, 최소 5년 전에는 묘목이 유출된 것으로 판단했고, 이시카와현은 농가의 묘목 관리에 대해 조사했지만 정확한 유출 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비로망은 한 알 무게가 20g 이상으로 탁구공만 한 크기를 자랑한다. 당도가 18도 이상인 단맛이 특징이다. 1995년부터 14년에 걸쳐 이시카와현이 개발한 독자 브랜드로 2012년부터 해외로 수출되기 시작했다.

한편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 협약에 따르면 출시된 지 6년 이내 신품종에 한해 다른 나라에 품종 등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시카와현은 출시 6년이 지나고 나서도 한국에 품종을 등록하지 않아 재배·증식 금지 등의 법적인 조치는 취할 수 없는 상태다.

다만, 지난 9월 이시카와현은 한국 특허청에 루비로망에 대한 상표 등록을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국 특허청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루비로망' 명칭을 사용하는 한국 농가들은 로열티(사용료)를 주고 판매 또는 수출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