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동반 하락했다. 내수 침체와 물가 하락이 겹치는 디플레이션에 돌입했다는 우려가 커졌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9월 상승률(2.8%)보다 낮은 수치다. 로이터가 집계한 전망치(2.4%)도 밑돌았다. 식료품과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6%로 전월과 동일했다.

다만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51.8% 폭등하는 등 식품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 급등했다. 세계 돼지고기의 50%가량을 생산·소비하는 중국에선 돈육 가격이 소비자 물가의 주요 지표로 불린다. 중국 당국은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해 비축하고 있던 돈육을 방출하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도 내려앉았다. 10월 중국의 PPI는 작년 10월 대비 1.3% 하락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하락한 건 2020년 12월(-0.4%) 이후 처음이다. 전망치(-1.5%)보단 다소 높은 수준이지만 9월(0.9%) 대비 급락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10월 PPI 상승률이 과도하게 높았던 걸 감안하면 역기저 효과로 인해 생산자 물가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PPI 상승률은 1996년 이후 최고치인 13.5%를 기록했다. 최고점을 찍은 뒤 올해까지 연달아 하락했다. 다만 당국의 해명과 달리 디플레이션 전조 현상이란 우려가 커졌다. 원자재 및 제품 출고가 등을 반영하는 PPI는 경기를 판단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 생산자물가가 떨어진 게 침체의 단면이란 지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악재가 겹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지역마다 엄격한 방역 조치로 인해 공장이 일시 폐쇄됐다. 생산과 물류 등에서 악영향을 끼쳤다. 또 부동산 시장도 침체하며 10월 건축자재 및 금속류 등의 가격이 전년 대비 5.1% 하락했다.

브루스 팡 존스랑라살(JLL)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PPI의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이 내수 부진과 수출 수요 위축으로 인한 디플레이션과 치열한 전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공개된 중국의 10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0.3% 감소하며 29개월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중국 당국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원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저우하오 국태군안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지표가 내수 침체를 나타내고 있다”며 “인프라 개발을 위한 특별채권 발행 등 당국이 추가 지원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