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계열 패션·화장품 기업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최대 3분기 실적을 새로 썼다. 3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6%, 71% 늘어난 3875억원, 242억원을 거뒀다.
패션 뷰티 리빙 등 전 사업부문 중 특히 명품 패션 브랜드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는 후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브루넬로 쿠치넬리', '크롬하츠', '알렉산더왕' 등 고가 패션 브랜드 외에 신명품으로 불리는 '메종 마르지엘라' '아크네 스튜디오' '질샌더' 등을 국내에서 운영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패션 매출이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했다"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패션과 화장품 등에서 견고한 수요가 이어졌고 특히 신상품의 정상가 판매율이 높아지면서 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해 3분기 누계 영업이익(960억원)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920억원)을 넘어섰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도 3분기 매출 증가율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2%, 2.5% 증가한 3414억원, 326억원을 올렸다. 여성 캐릭터(19.7%), 남성복(17%), 라이선스(19.2%), 수입 편집숍(19.5%) 중심으로 매출이 성장세를 나타냈다. 특히 백화점 의류 중심으로 매출 호조를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신명품으로 꼽히는 '아미', '톰브라운', '메종키츠네'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3분기 양호한 성적을 발표했다. 각각 특유의 하트(아미), 삼선(톰브라운), 여우(메종키츠네) 로고로 어필하는 브랜드들이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5.6%, 81.3% 증가한 4710억원, 290억원을 거뒀다. 수입 상품과 온라인 매출의 호조세가 이어졌다.
골프 열풍이 이어지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지포어'와 '왁', '잭니클라우스' 등을 운영한 코오롱인더스트리FnC 패션부문도 눈에 띄는 성적을 냈다. 패션 부문 매출은 21.2% 늘어난 2455억원으로 역대 3분기 중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적자 1억원에 그쳐 적자 규모를 줄였다. 각 기업들은 그동안 성장세가 돋보인 신명품, 골프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신규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투자에 나섰다. 한섬은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랑방블랑'과 스웨덴 신명품 브랜드 '아워레가시'를 밀며 지난 3분기 마케팅에 돌입했다. 코오롱FnC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닐바렛'을 통해 '골프 캡슐 컬렉션'을 내놨다.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사업을 중단해 국내에서 철수한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발렉스트라'도 국내에 다시 들여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복고 유행 속 10~20대 사이 최신 유행이 된 '어그' 의류 라인을 선보이고 9월 초 신명품 '엔폴드'를 론칭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엔폴드는 론칭 한 달만에 내부 목표 매출의 200% 이상을 달성하며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신규 브랜드의 빠른 성장세로 연말까지 꾸준한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패션 기업들의 성수기인 4분기와 내년 실적의 관건은 빠르게 식어가는 소비심리 향배다. 코로나19 기간 '보복소비'를 바탕으로 달궈진 소비심리가 최근 고물가 및 자산가격 하락과 함께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현진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최근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고 가계 부채 부담이 가중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