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에 1.5배 달해
이자수입만 7000억 예상
주가는 석달새 30% ↓
2조 영구채 폭탄 영향
불확실성 주가 눌러
현금성자산과 실적을 고려하면 이 회사 주가가 극도로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많다. 저평가 가치주로서 부각되고 있지만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주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MM은 지난 9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6조5685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6조5272억원)보다 10조원 넘게 늘었다.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현대모비스(10조9554억원) SK이노베이션(9조2937억원) LG화학(9조1280억원) 등 국내 주요 상장사보다도 많다.
이 회사는 언제든 뽑아 쓸 수 있는 수시입출금예금 등 현금성 자산이 10조3123억원에 달했다. 국공채와 정기예금 등 만기가 1년 미만인 기타유동금융자산은 4조616억원, 주식 등 당기손익인식자산은 1조4636억원에 달했다. 유동성파생상품자산(6046억원), 기타유동자산(1263억원) 등에 달했다. 이들 자산은 언제든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차입금도 적어 부채비율은 9월 말 기준 36.85%에 불과하다.
최근 예금금리가 4~5%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금성 자산을 예금에만 묻어둬도 연간 5633억~7041억원의 이자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현금성 자산이 큰 폭 불어난 것은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결과다. HMM은 전날 올 3분기 매출이 5조1062억 원, 영업이익이 2조601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작년 3분기에 비해 각각 27.1%, 14.5% 늘었다. 올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조6867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하지만 주가는 극도로 저평가받는 중이다. 이 회사 주가는 전날 150원(0.73%) 내린 2만500원에 마감했다. 최근 6개월 새 29.88%나 떨어졌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91배로 팬오션(4.58배) 등을 밑돈다.
이 회사 주가를 누르는 것은 '영구채(영구전환사채·신종자본증권) 폭탄'이다. 산업은행(보유 지분 20.69%)과 한국해양진흥공사(19.96%)가 HMM 지분 40.65%를 쥐고 있다. 이들 대주주가 보유한 HMM 영구채(영구전환사채·신종자본증권)는 2조6798억원에 달했다. 산업은행 등은 이 영구채를 주당 5000원에 HMM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영구채를 모두 주당 5000원으로 전환할 경우 5억3578만주가 시장에 쏟아진다.
물량 폭탄 우려에 주가가 휘청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HMM이 영구채 처리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주가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지적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