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박희영 발언 이어 '웃기고 있네' 필담에 "해선 안 될 실수"
친윤 그룹 "강기정 삿대질도 넘어갔는데 퇴장조치 과해"…"대통령에 모욕준 꼴" 비판도
[이태원 참사] 與, 잇단 설화에 난감…"野에 밀리면 안돼" 기류도(종합)
대통령실과 내각 인사들의 '이태원 참사' 관련 설화에 국민의힘이 난감해진 표정이다.

참사 직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특별히 우려할 정도의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는 발언에 이어 지난 8일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간 '웃기고 있네' 필담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수석들 간) 사적 대화였다고 하지만 주목도가 높은 국감장에서의 그런 필담은 대통령실 기강해이로도 비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도 "언급하고 싶지 않다.

변명할 여지가 없으니 어제 국감장에서 야당의 공세에 당하고만 있을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두 수석이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한 건 맞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與, 잇단 설화에 난감…"野에 밀리면 안돼" 기류도(종합)
다만 당내 친윤(친윤석열) 그룹과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선 전날 운영위 국감장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국회 운영위원장)가 두 수석을 퇴장 조치한 것을 두고 과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온다.

두 수석이 '개인 간 대화'였다고 해명하고, 정식으로 사과까지 했는데도 주 원내대표가 이들을 퇴장시킨 것은 야당의 정치공세에 물러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2019년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강기정 당시 정무수석의 '국회 모욕' 사건을 끄집어내기도 했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나경원 의원과 정의용 안보실장의 질의응답 도중 강 수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든 책자를 흔들며 삿대질과 고성을 질렀던 일이다.

하지만 당시 운영위원장이던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강 수석을 퇴장시키지 않았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시 이인영 위원장은 강 수석을 퇴장시키지 않았고, 강 수석도 사과 안 했다"며 "국회가 대통령실 수석들을 그렇게 취급해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與, 잇단 설화에 난감…"野에 밀리면 안돼" 기류도(종합)
한 친윤계 재선 의원도 통화에서 "두 수석이 주고받은 메모가 본의 아니게 노출된 것인데, 오해 살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만 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은 "야당 공세에 적극 방어에 나서야 할 여당 원내대표로서 퇴장 조치는 적절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에게 모욕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대통령실 주변에선 이상민 장관의 거취 문제부터 이번 참사의 국정조사 수용 여부나 전날 두 수석의 퇴장 조치까지 주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의중과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의원은 "대통령실 쪽에서도 어제 주 원내대표의 국감 의사진행 등 잇단 행보를 두고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참사와 관련한 야당의 사퇴 요구에 '마음의 책임'이란 답변으로 논란을 키운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한 당내 부정적 여론도 커지는 기류다.

전날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박 구청장을 징계해달라고 국민의힘 윤리위에 제소했다.

당헌·당규상 당원이 아니더라도 윤리위 제소는 가능하다.

윤리위는 박 구청장의 징계심의 개시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 구청장이 이번 참사에서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과 처신을 했다고 본다.

윤리위 징계 심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박 구청장이 자진 탈당 등으로 당에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