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배터리업계, 美 경제정책 기조 바뀔지 예의주시
자국산업 보호·대중국 강경기조 등 비슷…"IRA 개정도 쉽지않을 것"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탈환에 성공하자 국내 산업계가 미국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등 국내 업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사안에 방향 전환이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의회 판도가 꿈틀대면서 법안에 수정이 가해질 여지가 생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이 무엇보다 '아메리카 퍼스트'로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시해온 기조 자체는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산업계에 당장 큰 영향이 없으리라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美중간선거] 국내 산업계 "공화당 하원장악 영향 당장은 제한적"
초당적 관점에서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통제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확 실린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중국 견제 필요성엔 거의 동일한 입장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대중 규제가 더 강경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반도체 수출통제는 어디까지나 미국이 자국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이지 한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국 중간선거의 영향이 당장 나타나진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화당이 우세가 돼도 중국을 향한 견제는 계속 갈 것"이라며 "둔화든 강화든 약간의 정도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노선이 바뀔 리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미국의 중국 제재가 심화하면 국제 공급망이 망가질 수 있고, 국내 업계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상황을 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美중간선거] 국내 산업계 "공화당 하원장악 영향 당장은 제한적"
당장 내년부터 IRA의 전기차 보조금 조항으로 본격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자동차업계는 공화당이 수정안을 낼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서 한국 정부와 업계는 북미산에만 제공되는 친환경차 세액공제 요건을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거나 유예기간을 주는 등 IRA의 차별적 요소를 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미국 정부에 제시했다.

공화당이 일찍부터 IRA 입법에 반대하며 개정을 거론해온 만큼 변화를 기대해볼 수는 있지만, 미국의 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변수가 많아 마냥 희망을 품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주도한 정책임을 고려하면 의회에서 IRA 수정안을 내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고, 공화당이 꼭 우리 입장을 대변하는 수정안을 낸다는 보장도 없다"며 "여러 변수가 있어 일단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헌 산업통상자원부 미주통상과장은 "공화당 입장에서 법안의 수정·폐기는 상·하원을 통과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어떤 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든 우리 정부로서는 법 개정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美중간선거] 국내 산업계 "공화당 하원장악 영향 당장은 제한적"
반면 배터리업계는 북미에 잇달아 생산시설을 지으며 IRA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던 상황이라 외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의석을 확보해도 당장 IRA가 개정되거나 정책이 백지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의회 권력이 공화당으로 넘어가면 행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친환경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는데,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IRA를 포함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속도가 늦춰지거나 불확실성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IRA가 아직 큰 방향성만 나온 상태이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에 도움이 많이 될 정책이 발표된 건 사실"이라며 "혹시 모를 변수가 생길까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메이드 바이 아메리카'(made by America)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대중 강경 정책에도 큰 차이가 없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다만 "기업하기 좋은 환경 측면에서는 공화당이 더 적극적일 것으로 전망되므로 미국 진출 기업들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며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도 소극적인 입장이라 글로벌 환경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정부의 IRA 시행 기류가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 초 하원 개원 상황을 지켜보면서 미국에 이미 투자를 결정했거나 공장 건설에 착공한 기업에는 예외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관철되도록 미 정부와 의회 설득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