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부터 16일까지 4박6일 동안 동남아시아 순방에 나선다.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 정부의 인도태평양 외교·통상 전략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과의 회담도 계획하고 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9일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11일부터 15일까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되는 아세안 정상회의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순방 첫 일정은 11일 프놈펜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형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형 인도태평양 전략이 동북아에서 인도, 호주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지역 외교 전략이라면, 한-아세안 연대 구상은 동남아 지역 협력 구상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12일 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 13일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후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해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 기업인과의 간담회 등 경제 일정을 소화한다. 15일 G20 정상회의와 환영 만찬 등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윤 대통령은 이 기간 다수의 양자 및 다자회의에 참석한다. 김 실장은 “프놈펜에서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이 확정됐고 추가 일정은 현재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의를 각각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연임이 공식 확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국 외교당국은 다자회의 도중 잠깐 만나는 풀어사이드(약식) 회담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동남아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시 주석이 윤 대통령과 자연스럽게 회의장에서 만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순방 기간 G20 정상회의에서 조우할 기회를 갖는다.

윤 대통령은 세일즈 외교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7월 열린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의 후속 성격인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는 신수도 건설, 핵심 광물, 디지털 등 분야에서 양국 협력 사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야별 양해각서(MOU)도 체결될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앞서 글로벌 기업인들 주도로 개최되는 B20 정상회의에선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연설도 한다.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면담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B20 정상회의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16일 귀국 후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17일)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18일)와 잇따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방한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면담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