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김
앤디 김
미국에서 26년 만에 한인 출신 3선 의원이 탄생했다. 민주당 소속 앤디 김 하원의원(40·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순자’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민주·워싱턴주 10지구)도 재선에 성공해 한국계 현역 의원 4인방 중 두 번째로 연임을 확정했다.

AP통신은 뉴저지주 3선거구 연방하원의원 선거에서 김 의원이 밥 힐리 공화당 후보를 꺾고 당선을 확정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9일 오전 1시30분 현재 개표가 95% 끝난 가운데 김 후보는 54.9%의 득표율을 얻어 힐리 후보(44.2%)를 10.7%포인트 앞섰다. 한인 출신이 3선 타이틀을 거머쥔 것은 1996년 김창준 하원의원(공화당 소속) 이후 26년 만이다.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김 의원이 승기를 꽂은 뉴저지주 3선거구는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2018년 이곳에서 접전 끝에 공화당 현역 의원인 톰 맥아더를 제치고 연방의회에 처음으로 입성했다. 2020년엔 넉넉한 표 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김 의원이 낙승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선거구 재조정에서 친(親)공화당 지역인 오션카운티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다만 김 의원과 연결고리가 없었던 민주당 우세 지역이 선거구에 새롭게 편입돼 민주당을 지지하는 백인 유권자의 표심이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 의원의 ‘현직 프리미엄’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펑크록 밴드 보컬 출신이자 요트 제조 사업가인 힐리 후보는 유세 기간 내내 높은 물가를 지적하며 민주당 책임론을 펼쳤다. 백인인 그는 신규 백인 유권자의 표가 김 의원으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시아계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도 펼쳤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코로나19 지원 대책, 처방약 가격 인하 등 재임 기간 성과를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이번 승리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많은 사람이 엉망진창이 된 정치에 질린 상태다. 그들에게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1982년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태어난 한인 2세다. 유년 시절 뉴저지주 남부로 이주했다. 시카고대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땄다. 그는 ‘중동 안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2009년 9월 이라크 전문가로 국무부에 입성했다. 2011년에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의 전략 참모를 지냈다. 의회 입성 후에는 하원 군사위원회, 외교위원회 등에서 활약했다.

스트리클런드 하원의원은 키스 스웽크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서울 출생인 그는 한 살 때 미군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영 김 의원(공화·캘리포니아주 40지구), 미셸 박 스틸 의원(공화·캘리포니아주 45지구)의 재선 성공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