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했다. 규제가 풀린 지역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가격 상승과 거래량 회복 기대감이 돌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하락세와 높아진 금리 부담을 넘어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1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부동산시장 현안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대응 방안에는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 지역의 규제지역 해제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허용 △실수요자 주택담보대출(LTV) 50% 일원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 결정으로 오는 14일 0시를 기해 경기도에서 수원, 안양, 안산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기흥, 화성동탄2 등 9곳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다. 경기도 22곳과 인천 전 지역(8곳), 세종 등 31곳의 조정대상지역도 풀린다.

그간 규제지역에 묶였던 지역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주택 가격 하락이 멈추지 않겠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섣부른 낙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탄신도시가 위치한 화성 반송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침부터 매물 호가를 높여도 되겠냐는 집주인들의 연락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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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지역 풀렸지만…"너무 높아진 금리, 효과 적을 것"

그는 "그간 안 팔리던 매물이 일부 팔리는 정도의 효과만 있을 것이고 가격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며 "다른 곳은 놔두고 동탄만 규제가 풀린 것도 아니고, 서울 외엔 대부분이 풀리지 않았느냐. 매수자 입장에서는 배로 높아진 대출 금리도 큰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는 평촌신도시가 위치한 안양 동안구 호계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도 "이미 금리가 높아진 상황이라 집주인들도 (규제 해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며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금리"라고 강조했다.
"매물 가격 올려도 될까요?"…동탄 집주인들 전화 빗발쳤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 금리는 연 5.160~7.646%로 이미 하단이 5%를 넘겼고 상단은 7% 중반에 진입했다. 1년 전 4억원을 연 4%, 30년 만기로 빌렸다면 매달 원리금 상환액이 191만원에 그쳤지만 7.6%에서는 282만원으로 훌쩍 늘어난다.

앞서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에서 벗어난 지역에서는 거래량이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파주의 10월 거래량은 135건으로 9월 거래량 119건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평택도 332건이 거래돼 약 10% 증가한 모습이다.

파주 와동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규제지역이 풀린 이후) 투자자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실수요자 거래는 드물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우대빵부동산도 "53개 지점을 통해 파악한 10월 매매거래가 전월 대비 176% 증가했다"며 "서울 거래량은 감소했지만, 규제가 완화된 경기·인천 거래량이 회복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매물 안내문이 붙은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물 안내문이 붙은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거래 활성화 기대 어려워"…실수요자 숨통은 트일 듯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대출과 세제·청약·거래(전매 제한) 등 집을 사고파는 전 과정과 관련한 규제가 크게 완화된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 숨통만 다소 트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15억원 이상 주택에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된다. LTV는 10%포인트 완화돼 9억원 이하 주택일 경우 50%, 9억원 초과에 대해서는 30%가 적용된다. 주택분양권 전매제한기간은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청약 재당첨 기한은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50%인 LTV 규제가 70%로 완화되고, 다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번 조치로 가격 하락이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인천 서구 당하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높아지고 다주택자도 대출이 나온다지만, 결국은 공급과 수요"라며 "공급이 쌓여가는 인천에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번 조치로 전매제한 역시 풀리니 향후 검단신도시 매물이 더 늘어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에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면서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 남짓한 기간에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3번이나 열렸다. 정부의 규제 완화 의지를 보여주는 파격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거듭되는 금리인상과 주택가격 하락 전망으로 매수심리가 식어버린 상황"이라며 "이번 조치만으로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도 "DSR 규제가 여전해 대출받기 쉽지 않고, 고금리로 이자 부담도 커졌다"며 "매수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책 이후에도 거래 부진이 계속되면 서울 외곽지역에서 규제지역 추가 해제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