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은 '사비자불린(sabizabulin)'의 긴급사용승인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미 식품의약품(FDA) 자문위원회가 승인 반대를 권고하면서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FDA 폐·알레르기 질환 약물자문위원회(Adcomm)는 이날 회의를 열고 성인 코로나19 입원 환자 치료에 사비자불린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13명의 자문위원 중 8명이 사비자불린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활용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5명은 찬성표를 던졌다.

Adcomm 위원들은 사비자불린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고 했다. 반대표를 던진 수잔 메이 위원은 "데이터가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줬지만, 항바이러스 기전 등을 보여주는 직접적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비자불린은 미 바이오 기업 베루가 전립선암 치료제로 개발하던 후보물질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베루는 코로나19 치료용도로 이 약의 임상시험을 재설계했다. 코로나19 치료제로의 활용을 위해 베루는 코로나19 입원 환자 204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했다.

등록된 총 204명의 환자 중 첫 150명 환자에 대한 중간결과에서 사망 위험이 위약 대비 55.2% 낮게 나타났다. 독립적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IDMC)는 임상을 중단하고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라고 권고했다. 이번에 제출한 것도 이 데이터다. FDA는 환자 규모를 500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베루 측에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FDA는 Adcomm 회의 결과를 토대로 사비자블린의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Adcomm 결정을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비슷한 결정을 한다.

이날 회의에서 FDA 측은 약효를 내는 기전, 임상 설계 방식, 임상 규모 등에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임상시험 설계 당시 정했던 1차 지표를 완전히 충족했고, 긴급사용승인 문턱이 정식 허가보다 낮은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때문에 FDA가 Adcomm의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Adcomm 투표 전 바누 카리미샤 FDA 국장은 "팬데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생존율을 높인다는 것은 무시하기 어려운 이점"이라며 "사망률은 임상적으로 의미있고, 상당히 중요한 1차 지표"라고 말했다. FDA가 추가 임상 데이터 제출을 조건으로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메지온은 지난 6월 베루와 계약을 체결하고 사비자불린의 국내 공공 부문 공급권리를 확보했다. 계약금 및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 없이 순매출의 일정 비율을 메지온이 받는 조건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