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최창규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 본부장

[마켓PRO] 다시 '분산투자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마라”는 투자와 관련해 유명한 증시 격언이다. 바구니가 쏟아졌을 때 모든 계란이 깨지는 일을 막자는 의미인데, 분산투자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ETF의 철학과 일치한다.

분산투자의 대명사인 ETF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다양한 ETF에 한번 더 분산투자하는 EMP(ETF Managed Portfolio)가 빠르게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11월 2일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 승인된 상품 165개 상품 중 10개가 EMP를 메인으로 하는 금융상품이었다.

또한 ETF로 구현되는 TDF(Target Date Fund)와 인컴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TIF(Target Income Fund)를 더한다면 EMP 컨셉인 상품의 개수는 20개 이상으로 볼 수 있다. 전체 승인 상품 중 10% 이상인 셈이다. 이처럼 연금에서 EMP가 주목받은 이유는 간단하다. 수익률의 안정성과 낮은 보수가 연금의 목적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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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는 나누어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계란이 깨져 버렸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에서 출발한 금리 상승은 대부분의 자산 가격을 하락 시켰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은 위험자산의 매력을 급격히 떨어뜨려 주식의 가격 조정으로 이어졌다. 당연히 금리의 역수인 채권 가격도 심각한 약세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인컴을 축으로 하는 리츠와 우선주는 금리 상승에 따라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 그나마 미국과 한국의 금리차에 따른 달러화 강세(원화 약세) 정도가 유일하게 선방한 자산이었다.

주식과 채권 그리고 대체자산에 분산투자하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교과서적인 진리가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표적인 분산투자 ETF인 KODEX 멀티에셋하이인컴(H) ETF의 가격을 보면 이러한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분산투자 ETF의 성과 추이
[마켓PRO] 다시 '분산투자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자료 : FnGuide, KODEX 멀티에셋하이인컴(H)와 S&P500의 가격 추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금융상품은 예금이다. 은행연합회의 소비자포털의 예금상품금리비교를 보면 11월 10일 기준 단리기준 12개월 기본금리는 무려 5%에 달한다. 특판이긴 하지만 증권사의 발행어음도 6%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분산투자 상품이 하이 싱글 정도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어 예금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매력도가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2023년에도 분산투자는 재미가 없을까?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회생의 징조가 발견되고 있다. 먼저 금리이다. 최근 미국의 하이일드 ETF의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가장 듀레이션이 긴 30년 채권 ETF의 거래 증가와 개인투자자의 순매수가 꾸준이 늘고 있다.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채권 가격에 반영되었으며 향후 금리 인하에 따른 투자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결과로 보여진다.

그리고 한동안 고공행진을 보이던 원/달러 환율 역시 1,400원을 하회하면서 안정을 찾고 있으며 이에 따라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 규모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다만 겨울을 앞두고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 확대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변수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따른 분산투자의 겨울은 어느 정도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다. 분산투자의 봄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