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세속 결합한 르네상스의 美…절정의 비너스를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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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의 명작 유레카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고대 그리스 조각과 비슷하지만
정숙과 순결함에 관능미를 더해
'비너스' 다룬 최고의 걸작 탄생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고대 그리스 조각과 비슷하지만
정숙과 순결함에 관능미를 더해
'비너스' 다룬 최고의 걸작 탄생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미를 관장하는 여신 비너스(아프로디테)는 서양미술사에서 인기 있는 주제였다. 고대 그리스부터 19세기까지 이어지는 수천 년 동안 많은 예술가가 이 매력적인 주제에 도전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가 창조한 비너스의 아름다움에 견줄 만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피치미술관 소장품인 보티첼리의 대표작 ‘비너스의 탄생’은 여성 누드를 통해 이상화된 아름다움을 구현한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그림을 주문한 사람은 ‘예술의 도시’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 디 피에르프란체스코다. 예술가들의 후원자인 로렌초는 피렌체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인 보티첼리에게 피렌체 근교의 메디치 가문이 소유한 카스텔로 별장 실내장식을 위한 그림을 의뢰했다.
보티첼리는 아름다움이 절대적 가치를 지녔으며 예술의 유일한 목적은 미와 조화, 균형감을 모두 갖춘 이상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고 이는 오직 예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예술관을 가졌다. 그는 메디치가로부터 의뢰받은 작품에 르네상스 시대정신인 이상미, 즉 영적인 속성과 감각적 속성이 결합된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담고자 했다.
일본의 미술사학자 다카시나 슈지에 따르면 당시 메디치 가문의 재정 지원을 받은 피렌체 인문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사상(신플라톤주의)이 문화예술을 꽃피웠다. 중세는 신 중심의 세계관이 지배하던 시기이고, 르네상스는 현실 세계를 긍정함으로써 신의 영역에 이르려 했던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 발현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현실 세계와 이상 세계를 융합하려는 인문주의자들의 사상이 피렌체 지식인들과 교류했던 화가 보티첼리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럼 이상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르네상스 시대정신이 그림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이 장면은 바다 물거품에서 성숙한 여성으로 태어난 비너스가 조개껍데기를 타고 키프로스(또는 키테라) 해안에 상륙하는 순간을 묘사했다. 그림 왼쪽에서 서풍의 신 제피로스와 미풍의 여신 아우라(또는 요정 클로리스)가 비너스를 태운 조개껍데기를 해안으로 밀어내기 위해 힘차게 숨을 내뿜는다.
오른쪽 해안에서는 은매화 화환을 목에 걸고 장미 허리띠를 두른 계절의 여신 호라이가 여신의 벗은 몸을 감싸주려고 커다란 분홍색 비단 망토를 들고 황급히 달려오고 있다. 하늘에서 비너스의 상징인 분홍 장미가 빗방울처럼 바다로 떨어지는데 신화에 따르면 장미는 비너스의 피에서 생겨났다. 여신이 탄 조개껍데기 아래 파도의 흰 물거품은 아프로디테의 이름이 그리스어로 거품이라는 뜻의 아프로스에서 유래했다는 탄생 신화를 말해준다.
그림 속 비너스는 두 손 중 하나를 가슴에 얹고 다른 하나는 성기를 가리는 독특한 몸짓과 콘트라포스토(신체에 율동감과 곡선미를 주기 위한 S자형 자세) 자세를 취했다. 이런 여신의 몸동작과 자세는 정숙한 비너스, 순결한 비너스의 전형으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 고전기 조각상에서 빌려온 것이다.
고대 조각상과 보티첼리의 그림 속 여신은 둘 다 누드이고 몸짓과 자세가 비슷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고대 조각상은 비록 벌거벗었지만 관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여신은 단지 목욕을 하기 위해 옷을 벗었을 뿐이다.
반면 그림 속 여신은 더없이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관능미를 발산한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사랑의 애무처럼 비너스의 우윳빛 피부와 길고 유연한 신체, 우아한 곡선으로 이뤄진 몸을 만지고 지나가면서 육체적 욕망을 자극한다. 특히 황금빛 머리카락으로 은밀한 부위를 가리는 비너스의 손동작은 촉각을 자극하며 에로틱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그림 속 비너스는 해부학적으로 불가능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각상의 어깨는 수평을 이루는 반면 그림 속 비너스의 어깨는 삼각형 형태인 데다 거의 모든 신체 무게가 다리 한쪽에 몰려 있고 이 경사진 다리가 전체 몸무게를 지탱하고 있다.
비너스가 해부학적으로 불가능한 포즈를 취한 의도가 있다. 누드에 조화로운 리듬을 부여하는 동시에 정적인 신체에 움직임을 가져와 바다 위에 우아하게 떠 있는 듯한 효과를 주기 위해서다. 학자들은 캔버스 치수와 비너스의 누드에 미적(美的)으로 완벽한 비율인 ‘황금비율이 적용됐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한편 비너스의 머리카락, 나무 이파리와 꽃, 조개껍데기, 계절의 여신 호라이의 의상을 황금빛으로 장식한 것은 아름다움이 고귀하고 신성한 가치를 지녔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신성한 아름다움(천상의 사랑)과 관능적 아름다움(지상의 사랑)이 조화를 이룬 이 작품은 영혼과 육체의 결합을 통한 이상화된 아름다움을 추구한 르네상스 시대 문화 아이콘이 됐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우피치미술관 소장품인 보티첼리의 대표작 ‘비너스의 탄생’은 여성 누드를 통해 이상화된 아름다움을 구현한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그림을 주문한 사람은 ‘예술의 도시’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의 로렌초 디 피에르프란체스코다. 예술가들의 후원자인 로렌초는 피렌체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명인 보티첼리에게 피렌체 근교의 메디치 가문이 소유한 카스텔로 별장 실내장식을 위한 그림을 의뢰했다.
보티첼리는 아름다움이 절대적 가치를 지녔으며 예술의 유일한 목적은 미와 조화, 균형감을 모두 갖춘 이상적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고 이는 오직 예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예술관을 가졌다. 그는 메디치가로부터 의뢰받은 작품에 르네상스 시대정신인 이상미, 즉 영적인 속성과 감각적 속성이 결합된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담고자 했다.
일본의 미술사학자 다카시나 슈지에 따르면 당시 메디치 가문의 재정 지원을 받은 피렌체 인문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사상(신플라톤주의)이 문화예술을 꽃피웠다. 중세는 신 중심의 세계관이 지배하던 시기이고, 르네상스는 현실 세계를 긍정함으로써 신의 영역에 이르려 했던 인간 중심의 세계관이 발현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현실 세계와 이상 세계를 융합하려는 인문주의자들의 사상이 피렌체 지식인들과 교류했던 화가 보티첼리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럼 이상적 아름다움을 추구한 르네상스 시대정신이 그림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이 장면은 바다 물거품에서 성숙한 여성으로 태어난 비너스가 조개껍데기를 타고 키프로스(또는 키테라) 해안에 상륙하는 순간을 묘사했다. 그림 왼쪽에서 서풍의 신 제피로스와 미풍의 여신 아우라(또는 요정 클로리스)가 비너스를 태운 조개껍데기를 해안으로 밀어내기 위해 힘차게 숨을 내뿜는다.
오른쪽 해안에서는 은매화 화환을 목에 걸고 장미 허리띠를 두른 계절의 여신 호라이가 여신의 벗은 몸을 감싸주려고 커다란 분홍색 비단 망토를 들고 황급히 달려오고 있다. 하늘에서 비너스의 상징인 분홍 장미가 빗방울처럼 바다로 떨어지는데 신화에 따르면 장미는 비너스의 피에서 생겨났다. 여신이 탄 조개껍데기 아래 파도의 흰 물거품은 아프로디테의 이름이 그리스어로 거품이라는 뜻의 아프로스에서 유래했다는 탄생 신화를 말해준다.
그림 속 비너스는 두 손 중 하나를 가슴에 얹고 다른 하나는 성기를 가리는 독특한 몸짓과 콘트라포스토(신체에 율동감과 곡선미를 주기 위한 S자형 자세) 자세를 취했다. 이런 여신의 몸동작과 자세는 정숙한 비너스, 순결한 비너스의 전형으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 고전기 조각상에서 빌려온 것이다.
고대 조각상과 보티첼리의 그림 속 여신은 둘 다 누드이고 몸짓과 자세가 비슷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고대 조각상은 비록 벌거벗었지만 관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여신은 단지 목욕을 하기 위해 옷을 벗었을 뿐이다.
반면 그림 속 여신은 더없이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관능미를 발산한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사랑의 애무처럼 비너스의 우윳빛 피부와 길고 유연한 신체, 우아한 곡선으로 이뤄진 몸을 만지고 지나가면서 육체적 욕망을 자극한다. 특히 황금빛 머리카락으로 은밀한 부위를 가리는 비너스의 손동작은 촉각을 자극하며 에로틱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그림 속 비너스는 해부학적으로 불가능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각상의 어깨는 수평을 이루는 반면 그림 속 비너스의 어깨는 삼각형 형태인 데다 거의 모든 신체 무게가 다리 한쪽에 몰려 있고 이 경사진 다리가 전체 몸무게를 지탱하고 있다.
비너스가 해부학적으로 불가능한 포즈를 취한 의도가 있다. 누드에 조화로운 리듬을 부여하는 동시에 정적인 신체에 움직임을 가져와 바다 위에 우아하게 떠 있는 듯한 효과를 주기 위해서다. 학자들은 캔버스 치수와 비너스의 누드에 미적(美的)으로 완벽한 비율인 ‘황금비율이 적용됐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한편 비너스의 머리카락, 나무 이파리와 꽃, 조개껍데기, 계절의 여신 호라이의 의상을 황금빛으로 장식한 것은 아름다움이 고귀하고 신성한 가치를 지녔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신성한 아름다움(천상의 사랑)과 관능적 아름다움(지상의 사랑)이 조화를 이룬 이 작품은 영혼과 육체의 결합을 통한 이상화된 아름다움을 추구한 르네상스 시대 문화 아이콘이 됐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