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감축? 산업안전 감독관 전문성 확보가 우선"
산업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경력을 고려하지 않은 배치, 순환 보직 제도 탓에 산재 예방 행정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고용부가 10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개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다.

장기간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한 산업안전 분야의 특성을 고려해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노동부의 지방관서는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사고 수사기관’일 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사고 조사기관’"이라며 "수사에만 집중하고 ‘조사’를 등한시하는 것은 2가지 역할 중의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재 조사 등 산재 예방 행정에 가장 큰 장애물로는 산업안전 감독관의 '전문성 부족'을 들었다.

정 교수는 "(현행 공무원 선발 방식은) 산업안전보건 행정조직이 채용, 교육 ·훈련, 경력관리 어느 단계에서도 전문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지식과 경험, 직무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공채를 통해 범용 인재를 선발한다"고 꼬집었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산업안전 부서에 배치되고 고용부 내의 전 분야를 순환 보직하게 되면서, 전문성 있는 인재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전문성 부족은 결국 소극적 행정을 초래하거나, 반대로 '처벌을 위한 처벌'과 '권한남용'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산업안전보건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된다고 꼬집었다.

고용부가 산하 기관인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 교수는 "산업안전보건행정의 상당 부분이 공단의 지원에 의존하거나 공단의 손을 한 번 거치는 구조"라며 "상호보완 관계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각 기관의 발전에 역기능을 초래한다"고 진단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고용부가 지속해서 공단에 의존하게 되고, 공단도 기업 등에 대한 기술지원 기관이라는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전형배 강원대 교수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전 교수는 "우수한 인재인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쌓을 시간과 기회를 줘야 되는데, 순환보직 탓에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중대재해 로드맵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조를 바꿔도 (감독관의 전문성 없이는) 제대로 된 감독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7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종전의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을 확대 개편해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설립되는 등 양적 확대는 단기간에 이뤄졌지만,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고용부는 고용노동 행정의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2018년 공채부터 고용노동 직류를 별도로 뽑고 있다. 다만 산업안전 분야에 대해서는 별도 채용 과정은 없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