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개발자 '반값'에 채용?…"인도·캄보디아로 와라"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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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도계 개발자를 고용하려면 수백만달러가 듭니다. 하지만 인도 현지에서 똑같은 수준의 개발자 고용하는 일은 50만달러면 됩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입장에선 인도의 훌륭한 인재들을 활용할 수 있어요." (니킬 아가르왈 인도 FIRST 재단 대표)
"식량, 연료, 질병…. 아프리카엔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아프리카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미 훌륭한 성공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호로 무하지 탄자니아스타트업협회장)
그는 한국 스타트업에 인도 진출이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우선 ① 엄청나게 큰 시장이라는 것. 그는 "인도 인구가 13억명이다. 저는 북부 우타르 푸르데쉬주 출신인데 이 지역 인구만 1억5000명"이라며 "그만큼 거대한 잠재고객이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사스(Saas)든 제조 플랫폼이든 의료기술이든 수요를 걱정할 필요 없다. 충분한 투자자와 소비자가 있고 이 시장 안에서 모든 게 충족되는 생태계"라고 했다.
②인도에서 한국 기업의 이미지가 좋다는 점도 꼽았다. "전 티비는 LG를, 휴대폰은 삼성을 씁니다. 한국의 전자기기와 자동차 기업이 인도에 많이 진출해 있어요. 기업들은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가 높습니다." 아가르왈 대표는 "인도 내에서 인재풀이 너무 휼륭하게 형성돼있기 때문에 한국 스타트업엔 기회가 된다"고 했다. 구글의 CEO는 인도계 순다르 피차이, 트위터의 CEO도 인도계인 파라그 아그라왈이다. 2020년 4월 IBM의 CEO에 오른 아빈드 크리슈나도 역시 인도계다. 그는 "모두 인도에서 배워 미국으로 나가 커리어를 쌓은 인물"이라며 "글로벌 테크 리더로 손꼽히는 많은 인물들이 우리 인도공과대학교 출신"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의 인도 인재들이 무조건 해외로 나갔다면, 요즘엔 많은 인재들이 인도에 머무르는 걸 선택하는 추세"라며 "이게 한국 스타트업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1970~90년대 고학력 엔지니어들이 인도 내에 기회가 없어서 인도를 떠났다면, 이제는 인도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나 현지 회사에 취업하는 고급 인재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아직 인도 지역 개발자들의 몸값은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인도의 5년 차 미만 개발자 평균 연봉은 3282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10년 차 안팎의 시니어 개발자도 6500만~8200만원 수준으로 한국보다 낮다.
다만 나가르왈 대표는 인도 진출 시 어려운 점도 언급했다. 그는 "주마다 다른 언어와 종교가 있다. 식습관이나 소비 선호도 역시 양상이 주마다 완전히 다르다"며 "예를 들어 델리에서 런칭한 제품이랑 뭄바이에서 런칭한 제품은 판이하게 다르다"고 했다. 그는 "인도엔 최저빈곤선에 못 미치는 사람도 있고, 포브스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도 있어 극과 극"이라면서도 "스타트업 입장에선 이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하지 대표는 대표적인 탄자니아의 스타트업 성공 사례로 '코파가스(Kopa gas)'라는 회사를 꼽았다. 그는 "탄자니아 가정에선 연료로 석탄을 써왔는데, 코파가스는 가정에 LPG연료를 공급하는 솔루션을 만들었다"고 했다. "아프리카의 많은 가정들이 석탄을 선호했던 이유는 작은 단위로 사서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코파가스는 앱을 통해 LPG를 소량으로 미리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모바일머니와 연동했다. 예를 들어 1분 어치를 사면 1분 어치의 연료를 바로 넣어주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파가스는 탄자니아 가정의 연료를 석탄에서 LPG로 전환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며 "2500만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고 했다.
토골라니 에드리스 마부라 주한 탄자니아 대사는 "아프리카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관심을 갖기에 현지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질병 우려 등 여러 문제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건 동시에 대안이 될 수 있는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력이 있는 한국 스타트업이 현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탄자니아 스타트업과 협업한다면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예를 들어 농업이나 식량 배송 솔루션을 제안한다면 탄자니아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얘기다. "탄자니아는 IR 피칭을 통해 1만달러에서 1만5000달러 수준의 투자금을 받고 있는데 탄자니아에선 이게 거금이지만, 한국에선 아니지 않나"며 "여러분이 가진 자본이 탄자니아에선 변화를 이루기 충분한 자금"이라고 말했다.
조사업체인 '아프리카: 더 빅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프리카의 스타트업 펀딩은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31억4000만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 3.7%, 남미·카리브해에서 43% 각각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아프리카의 인구 평균 연령은 18세로 남미·아시아(31세)보다 훨씬 낮다. 무하지 대표는 "아프리카는 젊고 방대한 인구를 가진 기회의 땅"이라며 "ODA펀드 등 공적자금을 활용해 진출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식량, 연료, 질병…. 아프리카엔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아프리카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미 훌륭한 성공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호로 무하지 탄자니아스타트업협회장)
"인도 거주 선택한 고급 엔지니어 많다…한국 스타트업 활용해야"
니킬 아가르왈 대표는 10일 '컴업(COMEUP) 2022'에 참석해 "한국 스타트업에 인도 시장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가르왈 대표는 인도 FIRST재단(Foundation for Innovation & Research in Science & Technology)에서 150여개 기업을 인큐베이팅하고 있다. 인도공과대학교(IIT Kanpur) AIIDE(인공지능 및 혁신 주도 기업가정신) 센터의 CEO를 겸임하고 있다, 인도공과대는 ‘인도의 MIT’라고 불리며 ‘개발도상국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교육기관’ ‘세계 3대 공과대학’이라는 평을 받는 곳이다. 마드라스, 델리, 고아 등 여러 곳에 캠퍼스가 있다.그는 한국 스타트업에 인도 진출이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우선 ① 엄청나게 큰 시장이라는 것. 그는 "인도 인구가 13억명이다. 저는 북부 우타르 푸르데쉬주 출신인데 이 지역 인구만 1억5000명"이라며 "그만큼 거대한 잠재고객이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사스(Saas)든 제조 플랫폼이든 의료기술이든 수요를 걱정할 필요 없다. 충분한 투자자와 소비자가 있고 이 시장 안에서 모든 게 충족되는 생태계"라고 했다.
②인도에서 한국 기업의 이미지가 좋다는 점도 꼽았다. "전 티비는 LG를, 휴대폰은 삼성을 씁니다. 한국의 전자기기와 자동차 기업이 인도에 많이 진출해 있어요. 기업들은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과 선호도가 높습니다." 아가르왈 대표는 "인도 내에서 인재풀이 너무 휼륭하게 형성돼있기 때문에 한국 스타트업엔 기회가 된다"고 했다. 구글의 CEO는 인도계 순다르 피차이, 트위터의 CEO도 인도계인 파라그 아그라왈이다. 2020년 4월 IBM의 CEO에 오른 아빈드 크리슈나도 역시 인도계다. 그는 "모두 인도에서 배워 미국으로 나가 커리어를 쌓은 인물"이라며 "글로벌 테크 리더로 손꼽히는 많은 인물들이 우리 인도공과대학교 출신"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의 인도 인재들이 무조건 해외로 나갔다면, 요즘엔 많은 인재들이 인도에 머무르는 걸 선택하는 추세"라며 "이게 한국 스타트업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1970~90년대 고학력 엔지니어들이 인도 내에 기회가 없어서 인도를 떠났다면, 이제는 인도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나 현지 회사에 취업하는 고급 인재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아직 인도 지역 개발자들의 몸값은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인도의 5년 차 미만 개발자 평균 연봉은 3282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10년 차 안팎의 시니어 개발자도 6500만~8200만원 수준으로 한국보다 낮다.
다만 나가르왈 대표는 인도 진출 시 어려운 점도 언급했다. 그는 "주마다 다른 언어와 종교가 있다. 식습관이나 소비 선호도 역시 양상이 주마다 완전히 다르다"며 "예를 들어 델리에서 런칭한 제품이랑 뭄바이에서 런칭한 제품은 판이하게 다르다"고 했다. 그는 "인도엔 최저빈곤선에 못 미치는 사람도 있고, 포브스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도 있어 극과 극"이라면서도 "스타트업 입장에선 이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만달러도 탄자니아에선 거금…기회 만들기 충분하다"
자호로 무하지 탄자니아스타트업협회(TSA) 대표는 컴업2022의 '스타트업이 주목해야할 신대륙, 아프리카: 그 기회와 도전' 세션에 참석해 "탄자니아 스타트업 생태계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급성장 중"이라며 "한국 스타트업엔 아프리카 진출의 초석,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하지 대표는 13년 경력의 기업가로, 탄자니아에서 다양한 회사를 창업하고 이끌고 있다. 아프리카에선 성공한 청년 사업가로 널리 알려져있다.무하지 대표는 대표적인 탄자니아의 스타트업 성공 사례로 '코파가스(Kopa gas)'라는 회사를 꼽았다. 그는 "탄자니아 가정에선 연료로 석탄을 써왔는데, 코파가스는 가정에 LPG연료를 공급하는 솔루션을 만들었다"고 했다. "아프리카의 많은 가정들이 석탄을 선호했던 이유는 작은 단위로 사서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코파가스는 앱을 통해 LPG를 소량으로 미리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모바일머니와 연동했다. 예를 들어 1분 어치를 사면 1분 어치의 연료를 바로 넣어주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파가스는 탄자니아 가정의 연료를 석탄에서 LPG로 전환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며 "2500만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고 했다.
토골라니 에드리스 마부라 주한 탄자니아 대사는 "아프리카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관심을 갖기에 현지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질병 우려 등 여러 문제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건 동시에 대안이 될 수 있는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술력이 있는 한국 스타트업이 현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는 탄자니아 스타트업과 협업한다면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예를 들어 농업이나 식량 배송 솔루션을 제안한다면 탄자니아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얘기다. "탄자니아는 IR 피칭을 통해 1만달러에서 1만5000달러 수준의 투자금을 받고 있는데 탄자니아에선 이게 거금이지만, 한국에선 아니지 않나"며 "여러분이 가진 자본이 탄자니아에선 변화를 이루기 충분한 자금"이라고 말했다.
조사업체인 '아프리카: 더 빅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프리카의 스타트업 펀딩은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31억4000만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 3.7%, 남미·카리브해에서 43% 각각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아프리카의 인구 평균 연령은 18세로 남미·아시아(31세)보다 훨씬 낮다. 무하지 대표는 "아프리카는 젊고 방대한 인구를 가진 기회의 땅"이라며 "ODA펀드 등 공적자금을 활용해 진출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