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안정환 BNK자산운용 부사장

[마켓PRO]매수자 우위 시장이 시작되고 있다

최근 몇 년 골프 시장은 눈부신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60~70년대생 베이비붐 세대의 안정적 수요와 MZ 세대의 대규모 신규 진입, 코로나로 인한 내수확장으로 승승장구 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분위기속에 매물로 나온 골프장은 매도자(Seller)측의 가격에 매수자(Buyer)가 따라가기 바쁜 매도자 우위 시장(Seller's Market) 이었다. 지난 6월 매각된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은 18홀에 3,000억원이 넘는 사상 최고가에 거래 되었다.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며 분위기는 완연히 바뀌고 있다. 중고 골프채들이 속속 매물로 쌓이고 있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고 골프채 매물이 171% 증가하였다.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골프회원권 지수는 지난 7월을 고점으로 급락 하고 있으며, 골프라인 출시가 잇따랐던 골프웨어 시장도 성장이 아닌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한 몸값 치솟던 골프장의 매물도 늘어가고 있다.

코로나 이후 과잉 유동성이 부른 거품이 꺼지면서 시장 주도권이 매도자에서 매수자로 옮겨가는 분위기는 다른 자산도 마찬가지이다. 이외에도 살펴볼 수 있다. 아파트 시장은 급매가 늘고 있고, 우량 등급 회사채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마켓PRO]매수자 우위 시장이 시작되고 있다
반면에, 킹달러를 무기로 한 미국 자본은 글로벌 큰 손으로 부각 되고 있다. 에르메스, 루이비통(LVMH) 등 유럽 명품 회사들은 미국 관광객의 폭발적인 쇼핑에 힘입어 깜작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국내 인수합병 시장도 달러로 자금을 조달하는 해외 PEF가 원화로 이뤄지는 국내 M&A 입찰에 공격적인 가격 제시로 시장에서 나온 알짜 기업들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당분간 긴축으로 인한 급격한 경기침체 우려로 매수자 우위의 시장은 점점 뚜렷해 질 수 있어 보인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종 금리 목표를 5% 내외로 올리면서 한국 기준금리도 4%를 넘어설 것이고 대출금리는 무려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세계 최대수준의 높은 부채를 지닌 국내 가계와 기업은 시장금리의 폭등으로 원리금 상환에 한계를 맞이 할 수 있다.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창구인 채권시장은 한파가 몰아 치고 있고 이 상황이 지속되면 신용위기에 노출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신용위기(Credit crunch)로 각 경제주체의 자산들이 시장에 매물화 될 수 있으며, 오히려 여력이 있는 투자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9월말 이후 한국 주식시장에는 대규모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한주간(10/31~11/4) 외국인은 1조4,7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연일 코스피 주식을 사 들이고 있다. 이는 지난달 마지막 주 1조1,000억원 순매수에 이어 매수세가 더욱 확대 된 것이고, 5주 연속 순매수 행진이다. 이러한 외인 매수에는 중국과 대만에서 이탈한 자금이 한국이나 인도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장사의 기본은 좋은 물건을 쌀 때 사서, 비싸게 파는 것 이라 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작금의 현실이 어둡고 힘들지만 수십 년 지내온 경험과 실력이라는 잠재적 펀더멘탈을 여전히 높이 살 만 하다. 나아가 경기는 늘 순환 했고 세계 제조업의 중추를 담당하는 우리 기업들은 머지않아 또다른 호황을 맞이 할 것이다. 이제 시작되는 매수자 우위 시장(Buyer’s Market)에서 한국 투자가들도 국내외 알짜 자산을 입맛에 맞게 담아 더욱더 견고한 부를 이루어 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