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의 루프트한자항공 퍼스트클래스 터미널. 탑승 수속부터 비행기 탑승 때까지 일등석 승객들은 일반 승객들과 분리돼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루프트한자 제공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의 루프트한자항공 퍼스트클래스 터미널. 탑승 수속부터 비행기 탑승 때까지 일등석 승객들은 일반 승객들과 분리돼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루프트한자 제공
“1000만 마일은 지금까지 여섯 명만 달성했어. 달에 간 사람도 그보단 많다고.”

영화 ‘인 디 에어’에서 주인공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 분)은 1년 중 322일을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의 유일한 목표는 ‘1000만 마일리지’를 달성하는 것. 그래서 그는 여러 항공사를 이용하지 않는다. 동일한 항공사의 비행기에 탑승해야 마일리지를 한 곳에 몰아서 적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언 같은 우수회원에게 비행기 안에서뿐만 아니라 지상에서도 최고급 서비스를 대접하기 위해 항공사들이 만든 공간이 ‘라운지’다.

오로지 일등석 고객만을 위해

최고급 와인·마사지·美食 뷔페…지상 최고의 서비스가 날아다닌다
최우수 회원들이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까지 그들만의 전용 공간에서 최고급 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 ‘충성 고객’들을 묶어두려는 항공업계의 포기할 수 없는 전략이다. 코로나19와 유가 상승 압박에 많은 항공사가 원가 절감에 나서며 고급 서비스를 대폭 칼질하고 있는 와중에도 세계 유수의 항공사들은 최우수등급 회원과 일등석 탑승객을 대상으로 한 고급 서비스 경쟁에선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집을 떠나는 순간부터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까지 최대한 ‘매끄러운 경험(seamless experience)’을 제공한다는 게 이들의 목표다.

대표적인 예가 ‘퍼스트클래스 터미널’이다. 독일 루프트한자항공은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일등석 승객만을 위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체크인부터 비행기에 탑승할 때까지 이코노미석이나 비즈니스석 승객들을 단 한 명도 마주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음식은 뷔페가 아니라 주문에 맞춰 제공되는 ‘알라카르트’ 방식으로 제공된다. 탑승 전 개인 욕실에 딸린 욕조 속에 몸을 담글 수도 있다. 욕조 옆에는 시즌마다 바뀌는 귀여운 러버덕이 놓여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고급 인테리어도 일등석 승객들의 전유물이다. 호주 콴타스항공은 시드니 킹스포드공항에 애플의 아이폰6와 애플 워치 디자이너로 알려진 마크 뉴슨이 디자인한 ‘퍼스트클래스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곡선으로 떨어지는 천장과 비행기가 내다보이는 커다란 창 사이를 연결한 기하학적 모양의 나무 가림막들이 내부 공간을 구분한다. 영국항공은 런던 히스로공항에 일등석 탑승객만 입장할 수 있는 ‘콩코드 룸’을 운영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세계 유일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2003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전까지 콩코드 승객들의 전용 공간이었던 곳이다. 이런 역사는 라운지 한쪽에 전시된 콩코드의 노즈콘에 담겨 있다.

스파부터 침실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공항의 에미레이트항공 퍼스트클래스 라운지.  /에미레이트항공 제공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공항의 에미레이트항공 퍼스트클래스 라운지. /에미레이트항공 제공
비행기 탑승 전 한두 시간 휴식이 아니라 전날 밤부터 머물고 싶은 곳도 있다. 스위스항공은 취리히공항에 일등석 고객들과 자사 및 루프트한자그룹의 최우수 고객 등급인 ‘혼서클’ 회원만을 대상으로 한 ‘스위스 퍼스트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혼서클 등급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2년 동안 오로지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으로만 60만 마일 이상 탑승해야 한다. 까다로운 조건만큼 라운지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음식은 기본 5코스로 제공되고 1000병이 넘는 와인이 담긴 저장고에서 원하는 만큼 와인을 꺼내 마실 수도 있다. 비행기를 코앞에서 볼 수 있는 나무 데크가 깔린 야외 테라스에서 산책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이 라운지의 꽃은 킹사이즈 침대가 놓인 객실이다. 객실에선 주기돼 있는 비행기들과 활주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비행기 탑승 전 마사지를 받는 건 어떨까.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레이트항공은 일등석 승객을 대상으로 두바이공항의 ‘타임리스 스파’에서 무료 마사지를 제공한다. 등·발·머리·손 등 부위를 선택할 수 있고 정통 타이 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다. 퍼스트클래스 라운지 안에선 전문 소믈리에가 골라주는 세계 각국의 최고급 빈티지 와인을 마실 수 있다.

파리 샤를드골공항의 에어프랑스 ‘라 프리미어 라운지’엔 화장품 브랜드 시슬리가 운영하는 ‘시슬리 스파’가 있다. 라운지를 이용한다면 30분간 무료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마사지를 받은 뒤 전문가들로부터 직접 화장품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마사지를 받은 뒤 몸이 풀려 비행기 탑승이 어렵진 않을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탑승하는 비행기까진 전용 차량이 에스코트해 주기 때문이다.

그 나라 최고의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홍콩 첵랍콕공항 캐세이퍼시픽항공 더윙 라운지에선 카바나에서 반신욕을 즐길 수 있다.  /캐세이퍼시픽 제공
홍콩 첵랍콕공항 캐세이퍼시픽항공 더윙 라운지에선 카바나에서 반신욕을 즐길 수 있다. /캐세이퍼시픽 제공
항공사들이 라운지 운영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을 하나 꼽아야 한다면 단연 음식일 것이다. 특히 각 나라를 대표하는 ‘플래그 캐리어’는 최우수고객의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국 음식을 메인으로 한 코스를 선보인다.

캐세이퍼시픽항공은 홍콩 첵랍콕공항에 있는 일등석 탑승객 전용 ‘더 윙 라운지’에서 홍콩식 딤섬을 앞세운 코스 요리를 제공한다. 홍콩 전통 요리는 코스에 따라 나오는 양식과 디저트와 잘 어울리도록 배합됐다. 현재 국내 유일의 일등석 전용 라운지인 대한항공의 ‘KAL 일등석 라운지’는 알라카르트 방식으로 닭곰탕, 갈비탕 등 한식 정찬을 제공한다.

미쉐린 스타 셰프로 승부를 보기도 한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답게 에어프랑스 라 프리미어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모든 음식은 미쉐린 3스타 셰프인 알랭 뒤카스가 개발했다. 코스마다 음식에 걸맞은 와인이 페어링되고, 혀를 사로잡는 디저트가 마지막 코스를 장식한다. 에미레이트항공 비즈니스클래스 라운지엔 유명 샴페인 브랜드 ‘모에 샹동’ 전용 바가 있다. 여기선 모에 샹동 샴페인을 종류별로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쉐린 셰프들이 샴페인에 어울리는 염소 치즈, 에멘탈 파이 등의 카나페를 곁들여 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