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일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전망치 2.3% 대비 0.5%포인트 낮췄다.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해선 “미국이나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처럼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1.9%)와 하나금융연구소(1.8%)가 내년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긴 했지만 국책연구소가 1%대 성장률을 예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이 1%대 이하의 성장률을 기록한 해는 오일쇼크 영향을 받은 1980년(-1.6%)과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을 받은 2009년(0.8%),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0.7%) 등 총 네 차례뿐이다.

KDI가 내년 성장률을 낮게 예상한 건 수출과 소비, 투자가 모두 부진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KDI는 내년 총수출 증가율이 1.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10.5%)과 올해(4.3%)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KDI는 총소비 증가율도 올해(4.4%)보다 내년(3.1%)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경기 둔화 영향으로 내년에 0.7%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3.2%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경제를 반기별로 보면 상반기에 침체의 골이 깊을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내년 상반기 성장률을 1.4%, 하반기 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대내외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점진적으로 파급되면서 내년 상반기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금리 인상 정책이 필요하지만, 내년에는 경기 둔화가 예측되고 물가 상승률도 조금 내려가는 모습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가파르게 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은 낮다”고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날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2.4%로 낮췄다.

정의진/강진규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