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플랑드르의 초상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1599~1641)는 천재 중의 천재였다. 열 살 때부터 미술 공방에서 일했고 열아홉 살엔 당대 최고 거장이던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수석 조수가 됐다.

루벤스는 반 다이크를 ‘내 최고의 제자’라고 부르며 아꼈다. 하지만 영국 왕 제임스 1세를 비롯한 수많은 왕족과 귀족이 루벤스 대신 반 다이크를 지명해 그림을 주문하면서 사제 관계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야코모 데 카시오핀’은 반 다이크가 왜 초상화 거장으로 평가받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반 다이크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왼쪽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자세를 통해 친구인 카시오핀의 세련된 취향과 기품을 표현했다. 어두운 배경과 검은 옷 덕분에 관람자는 카시오핀의 얼굴과 손 표현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