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 백신 사용률, 선진국 83%·저소득국 41%
WHO "백신 공급 불균형 심각…공공재로 취급해야"
세계보건기구(WHO)는 질병을 막는 백신 사용률이 저소득 국가에선 현저하게 떨어지는 등 심각한 공급 불균형 상태를 드러내고 있으며 백신을 공공재처럼 취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0일(현지시간) WHO가 최근 발간한 '세계 백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사용된 모든 종류의 백신의 규모는 160억 도즈이며 돈으로 환산하면 1천410억 달러(약 194조6천억여원)에 이른다.

이는 2019년 백신 시장 규모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코로나19 백신 사용의 급증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백신이 사용된 국가별로 따지면 불평등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만 놓고 봐도 선진국들은 대체로 전체 인구의 4분의 3가량이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지만 저소득 국가로 분류된 나라에서는 접종률이 25%에 머물고 있다.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인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virus) 백신의 경우, 선진 국가의 사용률은 83%이지만 저소득 국가의 도입률은 41%에 그친다.

콜레라와 장티푸스, 에볼라 바이러스 등 위생·보건 환경이 열악한 저소득 국가에서 자주 발생한 질병을 막는 데 쓰이는 백신은 더욱 수급을 맞추기 어렵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런 질병들은 일단 발병하면 급격히 번지면서 특정 지역의 백신 수요가 급증하지만 제약사들이 그만큼 생산량을 늘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백신 시장에서 이윤 논리가 작동하면 불균형이 발생하는 사례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WHO는 몇몇 국가의 소수 제약사가 백신 개발과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현재의 시장 구조에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개입해 백신을 공공재처럼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이 신속하게 개발되고 세계 각국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적극적으로 무료 접종을 벌인 경험은 백신 공공 투자의 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부연했다.

WHO는 "공공 투자를 통해 백신 생산 및 공급 경로를 다변화하고 제약사들의 특허 포기와 기술 이전을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