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개월 만에 8%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美 물가, 8개월 만에 7%대로…내달 '빅스텝' 밟나
미국 노동부는 10월 CPI가 전년 동월보다 7.7% 올랐다고 10일 발표했다. 8.2%였던 전달 상승률뿐 아니라 시장 추정치인 7.9%보다 0.2%포인트 낮았다. 미국 CPI가 7%대를 기록한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후 8개월 만이다. 10월 CPI는 전월 기준으로도 0.4% 올라 시장 전망치(0.6%)를 밑돌았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도 6.3%로 9월(6.6%)보다 0.3%포인트 내려갔다. 시장 예상치(6.5%)보다도 0.2%포인트 낮았다. 전월 대비로도 0.3% 올라 시장 예상치(0.5%)를 밑돌았다.

이날 CPI 발표 직후 국채 금리는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8%포인트 하락한 연 3.946%를 기록했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0.23%포인트 떨어지며 연 4.395%를 찍었다.

뉴욕증시 3대지수 선물도 일제히 급등했다. 이날 다우지수와 S&P500지수 선물은 각각 2.6%, 3%가량 상승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선물은 약 3.7% 뛰어올랐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달 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도 확산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CPI 발표 후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다음달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80.6%를 찍었다.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19.4%)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들어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표 주택가격 지표인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8월 전달보다 1.1% 하락했다. 7월(-0.3%)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한 것이다. 2011년 12월 이후 가장 큰 전월 대비 하락폭이다. S&P 주택가격지수는 미 주요 도시의 평균 집값 추세를 측정하는 대표 지수로 꼽힌다.

일부 Fed 인사들도 물가가 안정세로 돌아섰다는 발언을 이어왔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전날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증가했지만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Fed의 목표치와 일치하는 수준에서 상당히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꼽히는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은 총재도 “가능한 한 빨리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정하는 게 유익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허세민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