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암호화폐 스타 SBF, '중간선거 랠리'를 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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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예상과 살짝 달랐습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레드 웨이브'(red wave)가 생길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하원에서만 약간의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원에서는 민주당 48, 공화당 48석이 확정된 가운데 아직 4석이 결정되지 않았는데 네바다와 알래스카에서는 공화, 애리조나에서는 민주당이 각각 우세를 보입니다. 또 조지아의 경우 민주당 후보가 1위를 차지했지만, 아무도 득표율 50%를 넘지 못해 다음 달 6일 다시 결선투표가 치러집니다. 이런 추세라면 민주당이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를 더해 지금처럼 계속 우위를 점해갈 수 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이것은 기껏해야 '레드 리플(red ripple), 즉 빨간 잔물결 정도로 보인다"라면서 "민주당이 상원 지배를 유지하고 더 많은 하원 경합지역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궁극적으로는 보랏빛 안개 정도로 보일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민주당이 약간 더 나은 성과를 냈지만, 예상과 그리 다르진 않다. 이런 혼합된 결과는 시장을 매우 놀라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상원 민주당, 하원 공화당의 구도는 정치적 교착 상태를 뜻합니다. 찰스 슈왑의 마이클 타운센드 정책 분석가는 "한동안 선거결과가 확정되지는 않겠지만 극도로 협소하게 분열된 의회가 2년 더 있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내년에 많은 큰 입법이 나올 수 있는 설정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DWS의 비외론 제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공화당의 하원 과반수가 몇 석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지만, 민주당이 양당을 지배했을 경우 시장을 위협할 수 있었던 법인세 인상이나 재정 지출 증가 가능성은 제거될 것이다. 또 공화당은 내부에서 트럼프와 반트럼프 진영으로 분열되어 강하게 입법 어젠다를 밀어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원한 공화당 후보들이 상당수 낙선하면서 '레드 웨이브'가 약화했는데요. 공화당 내 잠재적 대선후보로 꼽히는 론 드산티스 플로리아 주지사는 20%포인트에 달하는 압도적 표차로 재선됐습니다. 에버코어는 "드산티스 주지사는 내년에 대선 운동에 나설 것이고 이번 중간선거에 대한 공화당 내 실망감은 트럼프 후보 지명에 대한 당원 우려를 부추길 것"이라며 "어젯밤 이후 이는 굉장한 싸움이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핌코는 "집권 여당(민주당)에게 2002년 이후 가장 좋았던 중간선거처럼 보인다. 이번 선거가 2024년 대선에 미칠 의미는 중대하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가 지지한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어젯밤 많은 가혹한 비판이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알렉 필립스 정책 분석가는 '공화당이 하원에서 몇 석 차이로 다수를 차지하게 된' 중간선거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① 공화당이 하원 다수를 차지하고 나면 상원 지배는 훨씬 덜 중요하다. 분열된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공화당 의회에서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거부권을 갖고 있고, 공화당은 이를 무력화시킬 3분의 2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② 재정 부양책에 대한 합의 도달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의회는 2023년 3분기까지 부채 한도를 높여야 한다. 2011년과 2013년 공화당의 하원 지배와 민주당 상원 지배 상황에서 부채 한도에 대한 불확실성은 금융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상당한 재정 지출 삭감으로 이어졌다. 경제 침체에 빠졌을 경우 재정적 대응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하원과 상원은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추구할 것이고 교착 상태가 될 확률은 공화당이 양원 모두 통제하는 경우보다 다소 높아질 것이다.
③ 에너지, 헬스케어 등 특정 영역에 대한 정책 변화는 공화당이 양원을 모두 지배할 때보다 분열된 의회에서 훨씬 더 제한적일 것이다.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을 되돌리는 것 같은 변화는 과거 공화당 의회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의회 통제가 분할될 경우 가능성이 훨씬 낮아 보인다. 규제의 경우 공화당 다수와 분열된 의회의 차이는 크지 않다. 상원에서는 일반적으로 규제 법안에 대해 60표가 필요하고 어느 정당이 다수인지에 관계없이 대부분 통과가 쉽지 않다.
UBS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①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민주당이 상원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분열된 의회 상황은 더 과감한 재정 지출을 차단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및 에너지 정책에 지출하는 3690억 달러를 포함하여 또 다른 대규모 재정 패키지를 추진할 수 있었다. 석유와 가스 회사에 대한 횡재 세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② 결과가 어떻든 중간선거 이후의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 1982년 아래로 S&P500은 중간선거 이후 12개월 동안 10번 모두 상승했으며 평균적으로 13.5% 올랐다. 물론, 올해는 완고하게 높은 인플레이션, 공격적인 중앙은행 금리 인상,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 시장이 직면한 다양한 역풍을 고려할 때 이러한 추세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③ 재정 정책보다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 정책이 시장의 주요 동인으로 남을 것이다. 금리의 속도와 최고점은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4~0.8%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기대했던 '레드 웨이브'가 이뤄지진 않은 게 약간의 실망감을 불렀지만, 민주당이 상하원을 다 차지하는 최악도 피했습니다. 월가는 UBS의 분석처럼 시장 관심이 교착 상태가 확실해진 정치를 떠나 경제적 문제로 되돌아갈 것으로 봅니다. IG 그룹의 크리스 보샹 시장 분석가는 "교착 상태로 인해 뭔가 정책이 추진될 전망은 줄어들고 대신 초점은 Fed와 미국 경제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GF 인베스트먼트의 그레그 발레리 정책 분석가도 "시장은 이제 경기 침체가 다가오는지, Fed가 이번 겨울에 긴축을 끝낼 것인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휴전과 협상이 가능한지로 초점이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투자자들은 사실 중간선거가 끝나면 과거 커다란 랠리가 있었던 데 희망을 품고 있는데요. 이런 랠리도 경제가 받쳐줘야 합니다. 노르데아 은행은 "미국 대통령 임기 4년 중 3년 차에는 증시가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는 건 사실이지만, 3년 차에 경기 침체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2023년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지가 과거 통계보다 주식에 더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장 내일 나올 10월 소비자물가가 더 중요해 졌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얼마나 더 긴축할 것인지, 경기 침체가 나타날 때까지 조일 것인지 아닌지를 짐작할 수 있는 핵심 지표이니까요. RBC 캐피털 마켓의 톰 포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를 매우 원하고 있으며 12월 회의에서 그렇게 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오면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는 헤드라인 수치(전년 대비)가 8.0%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모건스탠리와 웰스파고 도이치뱅크 등이 이렇게 예상합니다. 반면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스는 7.8%까지 보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의 전월 대비 수치일 것입니다. 서비스 임금과 주거비 상승세가 잘 드러나는 곳입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0.5% 증가를 예상하는데, 이는 9월 0.6% 증가보다 개선되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근원 CPI가 0.44%로 컨센서스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근원 CPI가 향후 몇 개월간 0.3~0.4%에서 유지된 뒤에 내년에는 0.2~0.3%로 더 내려올 것으로 관측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여전히 내년 경기 침체 확률을 35% 정도로 월가 컨센서스보다 낮게 보는 이유입니다. 모건스탠리도 중고차 가격 하락과 의료비 물가 둔화, 꺾어진 렌트 상승세 등으로 인해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47%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보다 약간 높긴 하지만 비슷한 수준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헤드라인 수치는 넉 달 만에 다시 상승한 에너지 가격 때문에 전월(0.4%)보다 높은 0.5% 상승하겠지만, 근원 수치는 전달 0.6% 상승에서 10월 0.4% 상승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CPI 세부 정보가 중요하다. 많은 투자자가 CPI의 세부 내용을 파헤칠 것이며 주거비가 큰 동인이라면 시장은 (이미 현실에서는 내리고 있으므로) 크게 무시할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높고 주거비 이외의 영역에 의해 주도된다면 시장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근원 물가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국채 금리는 오늘 오전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오전 11시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096%까지 하락했고, 2년물도 4.617%까지 떨어졌습니다. 오후 1시에 발표된 미 재무부의 35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 입찰 결과(발행금리 4.14%, 당시 시장금리 4.106%)가 나쁘게 나오면서 잠시 금리가 치솟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다시 하락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10년물 4.2% 수준에서는 수요가 있지만, 그 밑으로 가면 조금 줄어든다. 투자자들이 다시 4.2%가 넘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오후 3시 50분께 10년물은 0.6bp 내린 4.127%, 2년물은 3.3bp 떨어진 4.626%를 기록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시장 분위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중간선거로 어수선한 가운데 부정적 소식이 많았습니다. 디즈니는 월가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매출과 순익을 발표한 후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메타는 전체 인력의 13%가량인 1만1000여 명을 감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40억 달러 상당의 테슬라 주식을 매도했다는 보고에 테슬라 주가는 7.17%나 폭락했습니다. 이미 지난 4월 80억 달러, 8월 70억 달러어치를 매도한 데 이어 추가 매도 물량이 더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부정적인 뉴스는 가상화폐 거래소 FTX 부도 가능성에 따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폭락세가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전날 FTX를 인수하기로 했던 바이낸스는 오전부터 인수를 철회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후 3시가 넘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바이낸스는 공식 성명을 내고 "FTX 고객에게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우리 희망이었지만, 문제는 우리가 통제하거나 도울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라며 "FTX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FTX는 부채와 자산 간의 차이가 80억 달러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미국 금융당국은 FTX가 고객 자산을 적절히 관리하고 처리했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에 비트코인은 14% 폭락하며 1만5000달러 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더리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FTX의 암호화폐인 FTT는 오늘만 60% 이상, FTX의 마켓메이커인 알라메다 리서치가 보유한 솔라나는 45% 폭락했습니다. 매도세는 암호화폐 관련주 모두로 번졌습니다.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는 10% 이상 내렸고, 암호화폐 거래 네트워크를 운용하는 실버게이트, 시그니처은행은 급락했습니다. 로빈후드의 경우 FTX의 샘 뱅커먼-프리드(SBF)가 지분 7.5%를 갖고 있습니다. 이 물량이 언제든 나올 수 있습니다. SBF는 한때 160억 달러 자산가로 평가됐는데, 지금은 6억5000만 달러 빚을 지게 됐습니다. 이는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우는 1.95%, S&P500 지수는 2.08%, 나스닥은 2.48%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암호화폐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 시장을 넘어서는 의미 있는 전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등은 은행과 달리 지불결제 시스템의 일부가 아니어서 시스템에 미칠 효과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도 "암호화폐 폭락에서 그나마 좋은 소식은 주식이 그 영역과 크게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월가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FTX를 중심으로 한 암호화폐 생태계가 줄줄이 마진콜 등에 걸려 파산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암호화폐 거래 전체가 불안정해지거나 점점 더 불가능해질 것이란 내용입니다. 이는 투자자가 비슷하게 겹치는 나스닥 기술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오늘 아크이노베이션펀드(ARKK)는 6.54%나 폭락했습니다. 52주 최저가이고 작년 2월 최고가에서 79% 내린 것입니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올리버 레닉 분석가는 "암호화폐 시장에는 여전히 9000억 달러가 있다. 사람들은 과거 비트코인의 폭락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적이 없다며 부수적인 것으로 일축한다. 하지만 절대 비트코인을 팔지 않겠다고 하던 사람들이 마침내 항복하고 매도에 나선다면 하루 만에 50% 이상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 그건 아마존(시가총액 9000억 달러)이 내일 파산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 다른 기술주가 이를 무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에버코어ISI는 "이것은 기껏해야 '레드 리플(red ripple), 즉 빨간 잔물결 정도로 보인다"라면서 "민주당이 상원 지배를 유지하고 더 많은 하원 경합지역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궁극적으로는 보랏빛 안개 정도로 보일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전반적으로 예상보다 민주당이 약간 더 나은 성과를 냈지만, 예상과 그리 다르진 않다. 이런 혼합된 결과는 시장을 매우 놀라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상원 민주당, 하원 공화당의 구도는 정치적 교착 상태를 뜻합니다. 찰스 슈왑의 마이클 타운센드 정책 분석가는 "한동안 선거결과가 확정되지는 않겠지만 극도로 협소하게 분열된 의회가 2년 더 있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내년에 많은 큰 입법이 나올 수 있는 설정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DWS의 비외론 제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공화당의 하원 과반수가 몇 석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지만, 민주당이 양당을 지배했을 경우 시장을 위협할 수 있었던 법인세 인상이나 재정 지출 증가 가능성은 제거될 것이다. 또 공화당은 내부에서 트럼프와 반트럼프 진영으로 분열되어 강하게 입법 어젠다를 밀어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원한 공화당 후보들이 상당수 낙선하면서 '레드 웨이브'가 약화했는데요. 공화당 내 잠재적 대선후보로 꼽히는 론 드산티스 플로리아 주지사는 20%포인트에 달하는 압도적 표차로 재선됐습니다. 에버코어는 "드산티스 주지사는 내년에 대선 운동에 나설 것이고 이번 중간선거에 대한 공화당 내 실망감은 트럼프 후보 지명에 대한 당원 우려를 부추길 것"이라며 "어젯밤 이후 이는 굉장한 싸움이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핌코는 "집권 여당(민주당)에게 2002년 이후 가장 좋았던 중간선거처럼 보인다. 이번 선거가 2024년 대선에 미칠 의미는 중대하게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가 지지한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어젯밤 많은 가혹한 비판이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알렉 필립스 정책 분석가는 '공화당이 하원에서 몇 석 차이로 다수를 차지하게 된' 중간선거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① 공화당이 하원 다수를 차지하고 나면 상원 지배는 훨씬 덜 중요하다. 분열된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공화당 의회에서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거부권을 갖고 있고, 공화당은 이를 무력화시킬 3분의 2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② 재정 부양책에 대한 합의 도달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의회는 2023년 3분기까지 부채 한도를 높여야 한다. 2011년과 2013년 공화당의 하원 지배와 민주당 상원 지배 상황에서 부채 한도에 대한 불확실성은 금융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상당한 재정 지출 삭감으로 이어졌다. 경제 침체에 빠졌을 경우 재정적 대응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하원과 상원은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추구할 것이고 교착 상태가 될 확률은 공화당이 양원 모두 통제하는 경우보다 다소 높아질 것이다.
③ 에너지, 헬스케어 등 특정 영역에 대한 정책 변화는 공화당이 양원을 모두 지배할 때보다 분열된 의회에서 훨씬 더 제한적일 것이다.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을 되돌리는 것 같은 변화는 과거 공화당 의회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의회 통제가 분할될 경우 가능성이 훨씬 낮아 보인다. 규제의 경우 공화당 다수와 분열된 의회의 차이는 크지 않다. 상원에서는 일반적으로 규제 법안에 대해 60표가 필요하고 어느 정당이 다수인지에 관계없이 대부분 통과가 쉽지 않다.
UBS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습니다.
①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민주당이 상원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분열된 의회 상황은 더 과감한 재정 지출을 차단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및 에너지 정책에 지출하는 3690억 달러를 포함하여 또 다른 대규모 재정 패키지를 추진할 수 있었다. 석유와 가스 회사에 대한 횡재 세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② 결과가 어떻든 중간선거 이후의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 1982년 아래로 S&P500은 중간선거 이후 12개월 동안 10번 모두 상승했으며 평균적으로 13.5% 올랐다. 물론, 올해는 완고하게 높은 인플레이션, 공격적인 중앙은행 금리 인상,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 시장이 직면한 다양한 역풍을 고려할 때 이러한 추세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③ 재정 정책보다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 정책이 시장의 주요 동인으로 남을 것이다. 금리의 속도와 최고점은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4~0.8%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기대했던 '레드 웨이브'가 이뤄지진 않은 게 약간의 실망감을 불렀지만, 민주당이 상하원을 다 차지하는 최악도 피했습니다. 월가는 UBS의 분석처럼 시장 관심이 교착 상태가 확실해진 정치를 떠나 경제적 문제로 되돌아갈 것으로 봅니다. IG 그룹의 크리스 보샹 시장 분석가는 "교착 상태로 인해 뭔가 정책이 추진될 전망은 줄어들고 대신 초점은 Fed와 미국 경제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GF 인베스트먼트의 그레그 발레리 정책 분석가도 "시장은 이제 경기 침체가 다가오는지, Fed가 이번 겨울에 긴축을 끝낼 것인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휴전과 협상이 가능한지로 초점이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투자자들은 사실 중간선거가 끝나면 과거 커다란 랠리가 있었던 데 희망을 품고 있는데요. 이런 랠리도 경제가 받쳐줘야 합니다. 노르데아 은행은 "미국 대통령 임기 4년 중 3년 차에는 증시가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는 건 사실이지만, 3년 차에 경기 침체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2023년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지가 과거 통계보다 주식에 더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장 내일 나올 10월 소비자물가가 더 중요해 졌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얼마나 더 긴축할 것인지, 경기 침체가 나타날 때까지 조일 것인지 아닌지를 짐작할 수 있는 핵심 지표이니까요. RBC 캐피털 마켓의 톰 포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ed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를 매우 원하고 있으며 12월 회의에서 그렇게 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오면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월가는 헤드라인 수치(전년 대비)가 8.0%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모건스탠리와 웰스파고 도이치뱅크 등이 이렇게 예상합니다. 반면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스는 7.8%까지 보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의 전월 대비 수치일 것입니다. 서비스 임금과 주거비 상승세가 잘 드러나는 곳입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0.5% 증가를 예상하는데, 이는 9월 0.6% 증가보다 개선되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근원 CPI가 0.44%로 컨센서스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근원 CPI가 향후 몇 개월간 0.3~0.4%에서 유지된 뒤에 내년에는 0.2~0.3%로 더 내려올 것으로 관측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여전히 내년 경기 침체 확률을 35% 정도로 월가 컨센서스보다 낮게 보는 이유입니다. 모건스탠리도 중고차 가격 하락과 의료비 물가 둔화, 꺾어진 렌트 상승세 등으로 인해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47%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보다 약간 높긴 하지만 비슷한 수준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헤드라인 수치는 넉 달 만에 다시 상승한 에너지 가격 때문에 전월(0.4%)보다 높은 0.5% 상승하겠지만, 근원 수치는 전달 0.6% 상승에서 10월 0.4% 상승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CPI 세부 정보가 중요하다. 많은 투자자가 CPI의 세부 내용을 파헤칠 것이며 주거비가 큰 동인이라면 시장은 (이미 현실에서는 내리고 있으므로) 크게 무시할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높고 주거비 이외의 영역에 의해 주도된다면 시장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근원 물가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국채 금리는 오늘 오전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오전 11시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096%까지 하락했고, 2년물도 4.617%까지 떨어졌습니다. 오후 1시에 발표된 미 재무부의 35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 입찰 결과(발행금리 4.14%, 당시 시장금리 4.106%)가 나쁘게 나오면서 잠시 금리가 치솟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다시 하락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10년물 4.2% 수준에서는 수요가 있지만, 그 밑으로 가면 조금 줄어든다. 투자자들이 다시 4.2%가 넘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오후 3시 50분께 10년물은 0.6bp 내린 4.127%, 2년물은 3.3bp 떨어진 4.626%를 기록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시장 분위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중간선거로 어수선한 가운데 부정적 소식이 많았습니다. 디즈니는 월가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매출과 순익을 발표한 후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메타는 전체 인력의 13%가량인 1만1000여 명을 감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40억 달러 상당의 테슬라 주식을 매도했다는 보고에 테슬라 주가는 7.17%나 폭락했습니다. 이미 지난 4월 80억 달러, 8월 70억 달러어치를 매도한 데 이어 추가 매도 물량이 더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부정적인 뉴스는 가상화폐 거래소 FTX 부도 가능성에 따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폭락세가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전날 FTX를 인수하기로 했던 바이낸스는 오전부터 인수를 철회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후 3시가 넘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바이낸스는 공식 성명을 내고 "FTX 고객에게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우리 희망이었지만, 문제는 우리가 통제하거나 도울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라며 "FTX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FTX는 부채와 자산 간의 차이가 80억 달러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미국 금융당국은 FTX가 고객 자산을 적절히 관리하고 처리했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이에 비트코인은 14% 폭락하며 1만5000달러 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더리움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FTX의 암호화폐인 FTT는 오늘만 60% 이상, FTX의 마켓메이커인 알라메다 리서치가 보유한 솔라나는 45% 폭락했습니다. 매도세는 암호화폐 관련주 모두로 번졌습니다.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는 10% 이상 내렸고, 암호화폐 거래 네트워크를 운용하는 실버게이트, 시그니처은행은 급락했습니다. 로빈후드의 경우 FTX의 샘 뱅커먼-프리드(SBF)가 지분 7.5%를 갖고 있습니다. 이 물량이 언제든 나올 수 있습니다. SBF는 한때 160억 달러 자산가로 평가됐는데, 지금은 6억5000만 달러 빚을 지게 됐습니다. 이는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우는 1.95%, S&P500 지수는 2.08%, 나스닥은 2.48%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암호화폐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 시장을 넘어서는 의미 있는 전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 등은 은행과 달리 지불결제 시스템의 일부가 아니어서 시스템에 미칠 효과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카데미 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도 "암호화폐 폭락에서 그나마 좋은 소식은 주식이 그 영역과 크게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월가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FTX를 중심으로 한 암호화폐 생태계가 줄줄이 마진콜 등에 걸려 파산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암호화폐 거래 전체가 불안정해지거나 점점 더 불가능해질 것이란 내용입니다. 이는 투자자가 비슷하게 겹치는 나스닥 기술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오늘 아크이노베이션펀드(ARKK)는 6.54%나 폭락했습니다. 52주 최저가이고 작년 2월 최고가에서 79% 내린 것입니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올리버 레닉 분석가는 "암호화폐 시장에는 여전히 9000억 달러가 있다. 사람들은 과거 비트코인의 폭락이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적이 없다며 부수적인 것으로 일축한다. 하지만 절대 비트코인을 팔지 않겠다고 하던 사람들이 마침내 항복하고 매도에 나선다면 하루 만에 50% 이상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 그건 아마존(시가총액 9000억 달러)이 내일 파산을 선언하는 것과 같다. 다른 기술주가 이를 무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나"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