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맛이 아닌데?"…'명품과일' 샤인머스캣에 무슨 일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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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1kg)에 3만원씩 하던 샤인머스캣이 1만5000원이길래 싸다 싶어 샀는데 전에 먹던 그 맛이 아니에요. 껍질째 먹어야 하는데 껍질이 너무 두꺼운 것도 있고, 단맛이 덜해서 애들도 맛이 없다고 하네요."
고당도 '명품 포도'로 큰 인기를 끌던 샤인머스캣에 소비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최근 저렴해진 가격에 선뜻 지갑을 열었다가 실망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난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품질 좋은(상품) 국내산 샤인머스캣(2㎏)의 평균 소매가는 2만6603원으로, 1년 전(3만4399원)에 비해 확실히 싸졌다. 국내 농산물값 기준이 되는 서울 가락시장에서도 지난달 국내산 샤인머스캣(2kg) 평균 도매 가격은 1만672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달 1만8490원보다 약 44% 저렴해진 셈이다. 이처럼 샤인머스캣 가격이 떨어진 건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나 생산량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대형마트 청과 매대에 깔린 포도가 보라색 일반 품종(캠벨)보다 샤인머스캣이 더 흔해보일 정도다.
샤인머스캣은 3~4년 전만 해도 희소 품종에 재배 면적이 작아 고가에 팔렸다. 그러나 '명품 과일'로 주목받으며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농가들이 샤인머스캣으로 재배 품종을 대거 바꿨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은 현재 1210만평(4000ha)으로 2016년 72만6000평(240ha)보다 16배 넘게 늘었다. 자연히 올해 국내 샤인머스캣 생산량은 지난해보다도 48.9%나 증가했다.
문제는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품질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것.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김천·무주·장수 같은 산지에서 샤인머스캣 재배 붐이 불었다"며 "특히 올해 생산량이 많아지고 품질 관리에 실패하다 보니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농가에서는 비싼 값을 받기 위해 샤인머스켓 정상 출하시기보다 앞당겨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면서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을 받은 미숙과(저품질 샤인머스캣)가 대거 출하됐다. 일부 물량은 포장재에 브릭스(당도) 표시도 하지 않고 개별 포장재에 출하하기도 했다.
올해 추석이 평년보다 2주가량 빨라 수확을 앞당긴 것도 품질 저하로 이어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 나온 샤인머스캣은 하품(C등급)이 많다고 들었다. 추석을 겨냥해 미숙과 등 저품질 물량이 조기에 대량 출하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품질이 예전만 못한 샤인머스캣을 맛본 소비자들은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다. 9일 찾은 서울 왕십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국내산 샤인머스캣 2~3송이(1.5kg)가 정가 2만3900원에서 대폭 할인된 1만59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 반응은 냉랭한 편이었다.
주부 김모 씨(50)는 "샤인머스캣 값이 예전보다 확실히 싸긴 하다. 그런데 먹어보면 당도가 전보다 떨어지고 껍질도 질기다"고 말했다. 주부 유모 씨(38)도 "아이들이 좋아해서 자주 사 먹는데 요즘 나오는 샤인머스캣은 맛이 '복불복'이다. 특히 가격 2만원 밑, 당도 18브릭스 이하는 맛이 별로"라고 했다. 같은날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샤인머스캣이 할인가에 팔리고 있었다. 이 백화점 직원은 "몇 달 전까지 국내산 샤인머스캣 한 송이(600g)에 2만7000원이었는데 며칠전 1만5000원으로 내렸는데도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면서 "백화점은 B등급 이상만 취급하는데도 고객들이 '요즘 샤인머스캣은 안 달다'며 잘 안 사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샤인머스캣의 평균 당도는 18~20브릭스로 일반 포도보다 훨씬 높다. 이른바 '망고 포도'로 불리는 샤인머스캣에서 조금 더 달콤한 맛이 나려면 20브릭스는 돼야 한다. 농수산 가게 점주는 "최근 많이 출하된 C급 샤인머스캣 당도는 16~17브릭스 정도 된다. 샤인머스캣 하면 생각나는 정도의 단맛이 안 나고 다소 맹맹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샤인머스캣 품질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리하게 재배 면적과 착과량을 늘리지 않고 적정량의 고품질 샤인머스캣을 내놔야 '명품 과일'로서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샤인머스캣 품질 관리에 고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과일을 찾는 것은 결국 품질 때문"이라며 "가격이 비싸더라도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따라 소비자들이 고품질 샤인머스캣을 구매할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농가에서도 C급 물량은 대부분 빠져나갔다고 들었다"면서 "샤인머스캣 가격이 다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고당도 '명품 포도'로 큰 인기를 끌던 샤인머스캣에 소비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최근 저렴해진 가격에 선뜻 지갑을 열었다가 실망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난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품질 좋은(상품) 국내산 샤인머스캣(2㎏)의 평균 소매가는 2만6603원으로, 1년 전(3만4399원)에 비해 확실히 싸졌다. 국내 농산물값 기준이 되는 서울 가락시장에서도 지난달 국내산 샤인머스캣(2kg) 평균 도매 가격은 1만672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달 1만8490원보다 약 44% 저렴해진 셈이다. 이처럼 샤인머스캣 가격이 떨어진 건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나 생산량이 급증한 영향이 크다. 대형마트 청과 매대에 깔린 포도가 보라색 일반 품종(캠벨)보다 샤인머스캣이 더 흔해보일 정도다.
샤인머스캣은 3~4년 전만 해도 희소 품종에 재배 면적이 작아 고가에 팔렸다. 그러나 '명품 과일'로 주목받으며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농가들이 샤인머스캣으로 재배 품종을 대거 바꿨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샤인머스캣 재배 면적은 현재 1210만평(4000ha)으로 2016년 72만6000평(240ha)보다 16배 넘게 늘었다. 자연히 올해 국내 샤인머스캣 생산량은 지난해보다도 48.9%나 증가했다.
문제는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품질 관리가 안 되고 있는 것.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김천·무주·장수 같은 산지에서 샤인머스캣 재배 붐이 불었다"며 "특히 올해 생산량이 많아지고 품질 관리에 실패하다 보니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농가에서는 비싼 값을 받기 위해 샤인머스켓 정상 출하시기보다 앞당겨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면서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을 받은 미숙과(저품질 샤인머스캣)가 대거 출하됐다. 일부 물량은 포장재에 브릭스(당도) 표시도 하지 않고 개별 포장재에 출하하기도 했다.
올해 추석이 평년보다 2주가량 빨라 수확을 앞당긴 것도 품질 저하로 이어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 나온 샤인머스캣은 하품(C등급)이 많다고 들었다. 추석을 겨냥해 미숙과 등 저품질 물량이 조기에 대량 출하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품질이 예전만 못한 샤인머스캣을 맛본 소비자들은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다. 9일 찾은 서울 왕십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국내산 샤인머스캣 2~3송이(1.5kg)가 정가 2만3900원에서 대폭 할인된 1만59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 반응은 냉랭한 편이었다.
주부 김모 씨(50)는 "샤인머스캣 값이 예전보다 확실히 싸긴 하다. 그런데 먹어보면 당도가 전보다 떨어지고 껍질도 질기다"고 말했다. 주부 유모 씨(38)도 "아이들이 좋아해서 자주 사 먹는데 요즘 나오는 샤인머스캣은 맛이 '복불복'이다. 특히 가격 2만원 밑, 당도 18브릭스 이하는 맛이 별로"라고 했다. 같은날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샤인머스캣이 할인가에 팔리고 있었다. 이 백화점 직원은 "몇 달 전까지 국내산 샤인머스캣 한 송이(600g)에 2만7000원이었는데 며칠전 1만5000원으로 내렸는데도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면서 "백화점은 B등급 이상만 취급하는데도 고객들이 '요즘 샤인머스캣은 안 달다'며 잘 안 사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샤인머스캣의 평균 당도는 18~20브릭스로 일반 포도보다 훨씬 높다. 이른바 '망고 포도'로 불리는 샤인머스캣에서 조금 더 달콤한 맛이 나려면 20브릭스는 돼야 한다. 농수산 가게 점주는 "최근 많이 출하된 C급 샤인머스캣 당도는 16~17브릭스 정도 된다. 샤인머스캣 하면 생각나는 정도의 단맛이 안 나고 다소 맹맹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샤인머스캣 품질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리하게 재배 면적과 착과량을 늘리지 않고 적정량의 고품질 샤인머스캣을 내놔야 '명품 과일'로서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샤인머스캣 품질 관리에 고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과일을 찾는 것은 결국 품질 때문"이라며 "가격이 비싸더라도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트렌드에 따라 소비자들이 고품질 샤인머스캣을 구매할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농가에서도 C급 물량은 대부분 빠져나갔다고 들었다"면서 "샤인머스캣 가격이 다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