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구리의 시대가 끝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켓워치가 10일(현지시간) "구리 가격의 저점이 이제 끝이 보인다"며 "구리 상승세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 현재까지 17% 가량 떨어졌다.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 때문이다.

전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12월물 가격은 파운드당 3.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7월 2년만에 최저치(파운드당 3.23달러 가량)로 떨어진 뒤 변동성을 보이다가 8월 최고점(파운드당 3.70달러)에 다시금 안착했다.

구리 가격은 올해 중국발 수요 둔화 우려, 미국 중앙은행(Fed)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공포 등으로 인해 계속 하락했지만, 최근 바닥을 찍은 뒤 반등세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리의 만성적인 문제점이었던 타이트한 공급 문제가 향후 10년간 심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BCA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2년 정제 구리 상품의 부족분은 59만5000메트릭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향후 10~15년 동안 구리 수급 균형이 타이트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CA리서치의 수석 원자재 및 에너지 전략가인 로버트 라이언은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부문 붕괴에도 불구하고 중국발 수요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3% 이상 늘어났다"며 "반면 전 세계적으로 구리 재고는 수년간의 하락 추세에 따라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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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재고도 떨어지는 마당에 공급 부족 전망이라는 난관까지 앞에 놓여 있다"며 "이러한 물리적 부족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공급을 늘리기 위한 자본지출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구리 광산의 경우 온전한 구리를 생산하기까지는 최소 1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구리 공급난이 가속화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RJO 퓨처스의 존 카루소 수석 자산 관리자는 "세계 구리 수요의 70%가 중국에서 비롯되며 그 중 상당 부분이 중국의 부동산 개발 부문에서 나오는데, 지난해 말부터 중국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빠져 있다"면서도 "최근 들어 파운드당 3달러를 밑돌았던 구리 가격은 장기적인 강세로 진입하기 직전의 바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자동차 생산,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등 탈탄소 정책으로의 전 세계적인 전환 과정에서 구리는 필수 광물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발표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7% 상승하는 데 그친 것도 구리 등 중요 금속 가격의 반등세에 영향을 끼쳤다. 9개월만에 물가상승 속도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Fed의 긴축이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