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매매단지에 중고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매매단지에 중고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스1
최근 쏘나타 중고차를 구매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은 회사원 김주환씨(38)는 오토론 금리를 확인하고 구매를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연 4~5%대 할부금융 상품을 받을 수 있었던 김씨의 신용 상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연 10%가 넘는 금리 상품들뿐이었다.

그는 "중고차값이 비싸 몇 달 고민한 뒤 구매하려 했는데 그동안 금리가 뛰어 더 부담이 늘게 생겼다. 차는 꼭 필요한데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중고차 소비자 구매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낸싱(PF) 등 부실 위험 대출을 떠안고 있는 캐피털 업체들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방향을 택하면서 중고차 할부 금융에 문을 굳게 걸어잠그면서다.

1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캐피탈·저축은행 등 20곳의 중고차 할부금리를 검색하면 신용등급 5~6등급(701점~800점)의 구매자가 60개월 할부로 중고차를 구매하려 할 경우의 금리는 대부분 15% 이상이다. 실제 적용된 평균 금리가 19%를 넘는 곳도 있었다.

신용등급이 이보다 나은 801~900점대의 구매자가 60개월 할부로 중고차를 구매하려면 연 8~9%선에서 금리가 형성됐다. 서너 달 전과 비교하면 금리 수준이 거의 2배, 연초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뛰었다. 국내외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끌어올리면서 카드·캐피탈사의 시장 조달금리가 급격하게 오른 여파다.

때문에 중고차 할부금융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 매매단지 한 관계자는 "신용이 나쁘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금리가 10% 넘게 적용되면 대부분 고객들이 구매를 망설인다"며 "제가 소비자 입장이라도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딜러들이 소비자 물건을 매입할 때 받을 수 있는 재고금융 금리 역시 높아져 연초보다 들여오는 물량이 많지 않다고 귀뜸했다.

금리가 높아지자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의 차들을 찾고 있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에 따르면 11월 시세에서 비교적 값비싼 수입차들의 가격은 내림세인 반면 수요가 늘어난 국산차들 시세는 올랐다.

상승폭이 가장 큰 모델은 현대차 팰리세이드로 전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시세가 상승했다. 팰리세이드의 평균 시세는 2% 상승했다. 쏘나타 뉴 라이즈의 최대가는 1.75%, 싼타페 TM의 최대가 또한 1.34% 올랐다.

반면 아우디 A4(B9) 평균 시세는 전월 대비 3.03% 하락해 가장 많이 떨어졌다.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W213), BMW 5시리즈 (G30)도 각각 평균 시세가 1.88%, 1.26%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의 경우 금리가 보통 높게 나오는 편이어서 구매를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3000만원 이하 가격대의 국산차가 그나마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