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아마 수소차가 나오지 않았다면 면허증을 반납했을 거예요."

최근 현대자동차 유튜브 채널에는 79세 할아버지 서길수 씨가 아내, 손자와 함께 일본 남단에서 최북단까지 4521㎞ 거리를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로 20일간 쉬지 않고 종주한 경험을 담담히 전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 말은 그가 영상에 남긴 소감. 6개월간 일본 종주 계획을 세웠다고도 했다.

전기차도 이제 막 대중화되는 마당에, 수소차로 일본을 종주했다는 소식은 차원이 다른 낯설음을 수반한다. 서 씨가 운전면허증 반납도 접고 넥쏘를 선택한 이유는 다음 세대가 탈 '미래 차'를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음 세대가 탈 자동차를 타고 삶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다는 대단히 큰 동기가 나에게 주어진 것"이라면서 "(수소는) 유일한 대체 에너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일본을 종주하며 힘든 점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일본 열도 동쪽 끝에 있는 '노삿푸곶'을 다녀왔을 때는 현지 수소 충전소 관계자들도 놀랐다고 전했다. 서 씨는 "수소차로 동쪽 끝까지 갔다 왔다고 하니까 충전하는 사람이 '대단하다'고 했다"며 "'수소차는 동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세컨드카'란 선입견 때문에 많은 사람이 꺼린다. 나의 도전은 '수소차로 전국 일주가 가능하다'란 말을 전하는 하나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소 경제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이 암초를 만났다. 수소경제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관련 인프라 확충도 ‘거북이걸음’이다. 사진은 현대차 ‘넥쏘 2021’. /현대차 제공
수소 경제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이 암초를 만났다. 수소경제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관련 인프라 확충도 ‘거북이걸음’이다. 사진은 현대차 ‘넥쏘 2021’. /현대차 제공

"오염 문제 없다"...탄소 '제로' 수소 연료

서 씨의 말처럼 업계에선 수소차의 친환경적 측면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선 수소차가 전기차보다도 미래의 친환경 자동차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소차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가 반응해 얻은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수소와 산소가 반응했을 때 발생하는 물 이외의 어떤 탄소도 발생하지 않는 게 전기차보다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전기차 또한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지만, 전기를 만들어낼 때 발생하는 탄소 탓에 친환경 자동차라고 하기 어렵단 시각도 있다.

더욱이 수소차는 전기차 대비 충전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전기차는 급속 충전시 약 30분~한 시간 정도 걸리지만 수소차는 보통 5분 내로 충전이 끝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도 전기차 대비 길다. 넥쏘는 1회 충전시 주행거리가 887.5㎞로 세계 신기록을 쓴 바 있다. 현재 국내 인증 기준 가장 멀리 가는 것으로 알려진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3은 1회 충전시 약 528㎞를 주행할 수 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수소차 대중화 가능성 엿보여...정부도 나선다

일본은 수소차 충전소가 가장 잘 갖춰진 나라로 꼽힌다. 서 씨의 일본 종주 도전은 충전 인프라가 받쳐준다면 수소차도 대중화될 수 있다고 상기시켜주는 사례라 할 만하다. 수소차도 보조적 역할을 넘어 충전 문제 등을 보완하면 충분히 '메인 자동차'로 쓸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완성차 업계 역시 수소차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최근 독일 에너지 기업 크라프트베르크와 함께 새로운 수소 연료 전지를 개발해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BMW는 지난해 수소차 'iX5' 콘셉트카를 공개했으며 2025년 양산 목표를 밝혔다. 유럽연합(EU)은 2028년까지 유럽 주요 간선도로에 100㎞마다 수소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특히 넥쏘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차 상용화에 성공, 경쟁력을 확보한 상황이다.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기간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연료전지차 중 넥쏘의 점유율은 58.7%에 달한다. 세계 2위 도요타(점유율 18.2%)와의 격차도 크다. 같은 기간 누적 판매량은 8449대로 전년 동기 대비 23.2% 늘었다.

정부도 '수소차 종주국' 위상을 다지기 위해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9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수소경제위원회에서 발표된 수소경제 정책 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 버스·트럭 3만대를 보급하고 액화수소충전소 70곳을 구축하기로 했다. 수소 전문 기업도 600개 육성할 계획이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