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형 테크 스타트업 곧 나온다"…리벨리온과 서울로보틱스의 출사표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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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행사인 '컴업(COMEUP) 2022'가 지난 11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을 끝마쳤습니다. 올해부터는 정부·민간 협력 운영에서 스타트업 중심의 민간 주도형 행사로 바뀌었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행사를 주관했습니다. 온오프라인에서 큰 관심을 끌어 성공적인 행사였다는 평가입니다. 한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직접 보지 스타트업계의 인사들을 볼 수 있었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첨단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대표들이 참여한 프로그램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한경 긱스(Geeks)는 유망 테크 스타트업인 리벨리온과 서울로보틱스 대표가 참여한 세션을 자세히 소개합니다.
한국의 창업 환경은 어떤가요?
이 대표
“창업하기 좋긴 한 것 같아요. 정부가 정말 잘 밀어줘요. 다만 한국은 기술 창업 시장 규모로 보면 세계에서 2%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일본도 한국보다 2배 이상이죠. 한국은 사실 (지형적으로 보면) 섬이 잖아요. 언어가 단일한 점도 있어서 인재 풀이 한국이 전부입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 종사하시는 분이 100만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독일은 5배 거든요. (이런 차이로) 인재 풀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요. 외국에서 사람을 데리고 올 것이냐, 아니면 우리가 본사를 해외로 이전해야 하나 이런 고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
“한국은 스타트업 하기에 정말 좋은 환경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처음에 정말 시작할 때는 미국과 비교해도 시드 라운드, 앤젤 라운드 정도를 생각하면 한국이 정말 좋습니다. 정부 지원도 너무 많고요. 그런데 오늘의 주제인 왜 유니콘이나 그걸 넘어서는 회사가 여지껏 없었느냐에 대해 성찰을 해보면 초기 기업 하기에는 매우 좋지만 스케일업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이 5000억원에서 1조원 되기 전 단계는 텅 비어 있습니다. 저희같은 회사도 해외 투자자를 만나러 다녀야 됩니다. 아직 시리즈 A인데요. 결국 마켓(시장)이 마켓 사이즈가 애매합니다. 차라리 지금보다 작으면 이스라엘 (스타트업)처럼 처음부터 글로벌을 노리게 됩니다. 마켓 사이즈가 일본처럼 나오는 것도 아니면서 이스라엘처럼 작은 것도 아니고요. 적당히 먹고 살 수가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한국에서 거대 공룡들인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이기도 합니다.” 첨단 하이테크 기업들이 많이 나오지 않은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 대표
“참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주제를 가지고 저도 한 일주일 정도 잡고 고민해 봤는데. 왜냐하면 대한민국 스타트업, 강소기업, 중소기업, 대기업 다 합쳐서 대한민국 1위 2위 기업은 딥테크 기업입니다. 그냥 계급장 다 떼고 기업들 줄 세워버리면 우리나라에 기술력 그 자체가 되는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KT 이런 느낌입니다. 왜 스타트업 쪽으로 넘어오면 그림이 달라지냐 그 고민을 계속했거든요. 저도 정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인데 아마 그 반대쪽에는 이스라엘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의 성공적인 딥테크 기업이요. 거기에서 초대형 기업이 나오는 건 없지만 그 생태계가 지금 돌아가고 있거든요. 그곳에는 아직 우리에겐 없는 성공적인 레퍼런스(딥테크 기업의 엣시트)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론이 도출이 됩니다. '(한국에서는) 우리 아빠는 공대 가서 별거 없었네. 근데 삼촌은 의대 가서 뭐가 있었네'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거든요. 서울로보틱스나 리벨리온이 도전해야 할 것은 하나의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들어줘야 되고. 이건 사실 생태계가 도와줘야 됩니다. 저희 같은 회사들이 미국에서 300억원씩 투자 받으면 약간 작은 회사들 M&A를 시작합니다. 한국은 아직 그게 안 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 중의 하나가 역설적으로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너무 많습니다. 버틸려면 버틸 수 있는 구조가 돼 있죠. 한 바퀴 도는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한 바퀴가 훅 훅 돌아야 좋은 인력이 들어오고 글로벌로 갈 수 있는데요. 한 바퀴 돌릴려고 지금 죽어라 하고 있는 두 팀(리벨리온과 서울로보틱스)이 나왔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대표
“나무를 예쁘게 잘 키우려면 이 나무가 한국 산업이라고 하면 잔가지를 쳐야 하는데요. 그게 아니라 지금 구조는 잔가지에 열심히 영양제를 주는 꼴이 돼서 잔가지가 무겁게 자라는 그런 느낌이에요. 실리콘밸리를 가든 이스라엘이 됐든 테크 쪽으로 해서 재미를 본 사람이 많아서 그 사람들이 투자자가 되고 마중물하는 회사를 또 세워야 하는데요. 미국 인텔의 경우에는 제가 봤을 때 한 3~4번 그런 사이클이 이미 돈 상태입니다. 지금 어떤 테크 기업을 봐도 한국 테크 기업 대비 미국 테크 기업의 기업 가치가 5배에서 10배 차이 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런 게 있습니다. 그 사이클을 어떻게든 한 번은 저도 돌리고 싶어요. 웃긴 게 거의 5~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대학의 컴퓨터공학과라는 것이 전기 분야와 엔지니어 분야가 같이 있어 이상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랑 컴퓨터 사이언스랑 컴퓨터 비전에 관심이 없었어요. 돈을 못 버니까요. 다들 기기 분야에. 왜냐하면 삼성이랑 현대가 하드웨어 잘해주고 있으니까 돈 잘 주잖아요. 이런 삼성이랑 현대랑 사이클이 돌았었고 그쪽의 하드웨어 엔지니어 몸값이 높았었고요. 근데 아직까지는 자율주행이라든지 이런 다른 테크 기업의 사이클이 없었죠. 결국에는 누군가는 한 번은 끊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에서 그래도 좋은 사례가 몇 번 있었습니다. 수아랩이 컴퓨터 비전으로 4000억원에 팔렸고. 그러면서 이제 컴퓨터 비전 쪽 개발자 몸값이 살짝 올라가긴 했어요. 근데 국내 코스닥에 기술 성장하면 대부분 3000억~4000억원 가는데 딱 아직 그 사이클에 멈췄죠.”
이 대표
“마케팅 노력을 10을 했어요. 시장 크기 자체가 100이면 10에다 100을 곱하면 1000이 됩니다. 마케팅 10만 해도 1000이에요. 이스라엘 기업은 좋은 건 유럽이란 마켓 접근이 쉬워요. 유럽에 우리나라 같은 나라가 8개 정도 있어요. 시장 사이즈가 나오잖아요. 미국 사람들은 웃긴 게 대부분 해외 여행도 잘 안 해보고요. 근데 내부적으로 시장이 잘 돼 있어요. 미국에서만 잘해도 잘 클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사이즈가 있어서 그 '마켓 액세스'(가 이유)라는 것이 저는 단순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
"두 개에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왜 딥테크 쪽이 없었냐. 그러면 앞으로 왜 서울로보틱스나 리벨리온 같은 팀이 좀 유망하냐면요. 결국 생태계의 문제인데 왜 지금 가능하냐에 대해서요. 믿어주는 투자자와 팀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딥테크가 다른 섹터랑 다른 게 뭐냐면요. 정말 시간과 처절한 싸움입니다. 지금 '브랜뉴'가 2년 뒤 3년 뒤에 '브랜뉴'가 아닙니다. 정말 열심히 해야 되고 단기간에 돈이 들어와야 됩니다. 돈이 애매하게 들어가면서 커머스 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은 옵션들이 있습니다. 여기는 '우리는 좀 천천히 성장할 거야. 좀 투자받으면서 달려 볼 거야'가 있는데 딥테크 쪽은 그런 옵션이 없습니다.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굉장히 단기간 내에 아웃풋을 보여줘야 되고. 투자도 크게 크게 들어와줘야 되는데요. 요즘 투자자도 미국의 사례들을 보고 이스라엘 사례들도 보고. 특히 요즘 그래도 좀 두각을 나타내는 딥테크 회사들을 보면요. 서울로보틱스나 저희 기본적으로 창업자나 멤버들이 미국이나 유럽 마켓을 그냥 편하게 왔다갔다합니다. 외국 VC들이랑도 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되다보니까 결국 핵심은 마켓인데요. 글로벌로 갈 수 있는 팀이냐 없는 팀이냐. 이걸 보고 규모 있게 투자해 줄 팀이 나올 수 있냐 없냐인데요. 지금 딱 시그널이 온 것 같거든요. 이제 딱 하나 남았습니다. 성공 사례 하나만 만들어보자. 저희가 비상장 섹터에서 한 원빌리언 한 번만 찍어보면. 원빌리언까지 오는 시간이 10년이었으면 원빌리언에서 텐빌리언 하는 시간이 저는 훨씬 짧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사례들이 나와서 대형 M&A가 됐든 혹은 나스닥 상장이 됐든 국내에서 1조원 이상으로 상장이 됐든. 뭔가 한 바퀴만 돌리면요. 그 한 바퀴 돌리는 시간은 다음 10바퀴 돌리는 시간과 비슷할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우수 인재를 유치가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 대표
“일단 인력 풀이 작긴 합니다. 이 부분은 저희가 인정하고 들어가야 됩니다. 결국 글로벌 채용이 되는 팀이냐 안 되는 팀이냐로 나뉠 것 같습니다. 오히려 투자에서는 딥테크 쪽으로 전문적으로 봐주고요. 스케일업하는 데 있어서도 저희 팀의 노력과 상관없이 마중물이 들어오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인력 문제는 저희가 겸허하게 인력 풀이 좁다는 것를 받아들이고 글로벌로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 쪽에서 저희를 도와주실 수가 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는데 저희가 좀 창피하긴 합니다. 자꾸 정책적으로 이렇게 도움을 구하게 되는데요. 근데 이렇게 뻔뻔한 이야기하는 게 또 스타트업 대표라서요. 정책적으로 도와주실 거면 해외 인재를 한국으로 데려 오는데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합니다. 싱가포르도 주거든요. 중국도 줍니다. 저희가 대기업처럼 그런 어마무시한 패키지를 직원에 드릴 수는 없으니까요. 큰 돈 없이 저희의 딱 페인포인트를 집어줄 수가 있는데 그게 인재 유치 방안입니다. 그거를 좀 선순환시켜줄 수 있는 고리가 있으면 제일 좋겠다가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 대표
“인력 풀을 저희 쪽에서 단순하게 말씀드리자면 국내 자동차 기업은 하나 있어요. 현대 기아요. 독일만 가도 벤츠, BMW, 폭스바겐이 있어요. 거기 인력들은 돌아다녀요. 작년에 BMW 있다가 올해 벤츠 일했다가 다음에는 폭스바겐 가고. 이렇게 인력 풀이 커지고 엔지니어 능력도 높아지는 거죠. 국내는 현대가 끝이에요. 들어가면 갈 곳이 없어요. 거기서 끝까지 계셔야 하고. 저희는 해외에서 많이 모시고 왔어요. 최근 고용의 40~60%가 외국인분들이세요. 대부분 프랑스나 독일에서 오시고요. 정부에서 리로케이션을 도와준다면 게 되게 감사할 것 같아요. 최근에 비자에 대해서 제가 많이 컴플레인해서 비자는 좀 많이 완화가 됐어요. 골든 티켓을 잘 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죠. 이걸 얼마까지 할 수 있는지. 독일 아니면 미국에 가서 거기서 팀을 꾸려야 되냐 이런 고민을 지금 하는 상태입니다.”
해외 시장 공략은 어떻게 하나요?
이 대표
“저희가 고객사로 할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에 50군데가 안 돼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들이죠. 고객사를 보면 이노베이션 좋아하는 기업들이 있어요. 다행히도 BMW가 같이 해줬는데요. BMW는 독일 안에서도 이노베이션으로 빨리 빨리 재밌게 신기술 도입하는 걸 좋아하는 회사예요. 근데 이런 걸 일하고 나서 알았고요. BMW가 먼저 찾아줘서 이거 같이 해볼래 해서 그렇게 진행하게 됐는데요. BMW와 잘 되고 나면 이제 옆 동네에 가요. 이제 벤츠랑 폭스바겐이요. 독일에서 잘 되면 나중에 유럽 르노라든지. 독일 회사가 했으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요. 그다음에 트렌드가 일본으로 넘어가요. 토요타가 하면 혼다가 하고요. 근데 토요타가 하면 이제 현대가 해요. 토요타가 안 하면 현대는 안 해요. 이런 사이클이 있는데요, 결국 타겟팅을 돈은 많이 주지는 않지만 이노베이션 좋아하시는 분들부터 먼저 찾고요. 시장을 조금씩 파고드는 거죠.”
박 대표
“오늘 리벨리온에 대해서 하나만 기억을 해 주신다면요. 리벨리온은 글로벌을 나가기 위해서 목숨을 건 회사다. 그거 하나만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투자자한테도 저희 팀원한테도 우리는 맞아 죽어도 글로벌 가서 맞아 죽는다고 말합니다. 맞아 죽어도 격 있게 맞아 죽자고. 저와 초기 멤버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들어왔고 반도체 섹터가 이제는 아시아 쪽으로 넘어올 거라고 생각을 해서요. 저희의 첫 번째 레퍼런스가 글로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인 데이터센터 마켓은 조금 다르게 잡고 있습니다. 저희의 첫 번째 전략적 투자자며 리벨리온 주요 주주인 KT가 먼저 의논해서 된 게 뭐냐면요. 지금 데이터센터 쪽에 인공지능 반도체 레퍼런스가 없습니다. KT가 국내 데이터센터 압도적인 1위 회사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레퍼런스를 만들어 주겠다. 리벨리온이 KT에 도움이 되면서 동시에 저희 팀에 300억원 투자해 주셨거든요. 300억원보다 더 중요한 게 뭐냐면 저희와 함께 데이터센터의 레퍼런스를 만든 겁니다.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희소한 데이터센터 레퍼런스를 같이 만들어서 이걸 갖고 같이 글로벌로 가자. 결국 KT도 글로벌로 나가야 되는데 그 선봉장을 저희가 하겠다. KT 본진이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나가서 사업의 날카로운 예봉으로 먼저 뚫어주겠다고요. 저희의 첫 번째 레퍼런스인 파이낸스 쪽의 글로벌 마켓은 저희의 휴먼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뚫었습니다. 두 번째는 데이터 센터 쪽에서대한민국 1등 업체와 레퍼런스를 만들어서 그것을 가지고 글로벌로 나가겠다는 것이 글로벌 전략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리=김주완 기자
왜 한국에서 대형 테크 스타트업은 못 나올까?
11일 열린 ‘대한민국에서는 왜 대형 하이테크 스타트업이 나오지 않는가?’ 세센에서는 이유건 마인드더브릿지 책임심사역,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리벨리온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창업 2년도 되지 않아 1000억원 이상을 투자 받아 화제를 모았다.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인 서울로보틱스는 최근 투자 혹한기에도 308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한국의 창업 환경은 어떤가요?
이 대표
“창업하기 좋긴 한 것 같아요. 정부가 정말 잘 밀어줘요. 다만 한국은 기술 창업 시장 규모로 보면 세계에서 2%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일본도 한국보다 2배 이상이죠. 한국은 사실 (지형적으로 보면) 섬이 잖아요. 언어가 단일한 점도 있어서 인재 풀이 한국이 전부입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 종사하시는 분이 100만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독일은 5배 거든요. (이런 차이로) 인재 풀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요. 외국에서 사람을 데리고 올 것이냐, 아니면 우리가 본사를 해외로 이전해야 하나 이런 고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
“한국은 스타트업 하기에 정말 좋은 환경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처음에 정말 시작할 때는 미국과 비교해도 시드 라운드, 앤젤 라운드 정도를 생각하면 한국이 정말 좋습니다. 정부 지원도 너무 많고요. 그런데 오늘의 주제인 왜 유니콘이나 그걸 넘어서는 회사가 여지껏 없었느냐에 대해 성찰을 해보면 초기 기업 하기에는 매우 좋지만 스케일업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이 5000억원에서 1조원 되기 전 단계는 텅 비어 있습니다. 저희같은 회사도 해외 투자자를 만나러 다녀야 됩니다. 아직 시리즈 A인데요. 결국 마켓(시장)이 마켓 사이즈가 애매합니다. 차라리 지금보다 작으면 이스라엘 (스타트업)처럼 처음부터 글로벌을 노리게 됩니다. 마켓 사이즈가 일본처럼 나오는 것도 아니면서 이스라엘처럼 작은 것도 아니고요. 적당히 먹고 살 수가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한국에서 거대 공룡들인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축복이면서 동시에 저주이기도 합니다.” 첨단 하이테크 기업들이 많이 나오지 않은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 대표
“참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주제를 가지고 저도 한 일주일 정도 잡고 고민해 봤는데. 왜냐하면 대한민국 스타트업, 강소기업, 중소기업, 대기업 다 합쳐서 대한민국 1위 2위 기업은 딥테크 기업입니다. 그냥 계급장 다 떼고 기업들 줄 세워버리면 우리나라에 기술력 그 자체가 되는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KT 이런 느낌입니다. 왜 스타트업 쪽으로 넘어오면 그림이 달라지냐 그 고민을 계속했거든요. 저도 정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인데 아마 그 반대쪽에는 이스라엘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의 성공적인 딥테크 기업이요. 거기에서 초대형 기업이 나오는 건 없지만 그 생태계가 지금 돌아가고 있거든요. 그곳에는 아직 우리에겐 없는 성공적인 레퍼런스(딥테크 기업의 엣시트)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론이 도출이 됩니다. '(한국에서는) 우리 아빠는 공대 가서 별거 없었네. 근데 삼촌은 의대 가서 뭐가 있었네' 이스라엘은 그렇지 않거든요. 서울로보틱스나 리벨리온이 도전해야 할 것은 하나의 성공적인 스토리를 만들어줘야 되고. 이건 사실 생태계가 도와줘야 됩니다. 저희 같은 회사들이 미국에서 300억원씩 투자 받으면 약간 작은 회사들 M&A를 시작합니다. 한국은 아직 그게 안 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 중의 하나가 역설적으로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너무 많습니다. 버틸려면 버틸 수 있는 구조가 돼 있죠. 한 바퀴 도는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한 바퀴가 훅 훅 돌아야 좋은 인력이 들어오고 글로벌로 갈 수 있는데요. 한 바퀴 돌릴려고 지금 죽어라 하고 있는 두 팀(리벨리온과 서울로보틱스)이 나왔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대표
“나무를 예쁘게 잘 키우려면 이 나무가 한국 산업이라고 하면 잔가지를 쳐야 하는데요. 그게 아니라 지금 구조는 잔가지에 열심히 영양제를 주는 꼴이 돼서 잔가지가 무겁게 자라는 그런 느낌이에요. 실리콘밸리를 가든 이스라엘이 됐든 테크 쪽으로 해서 재미를 본 사람이 많아서 그 사람들이 투자자가 되고 마중물하는 회사를 또 세워야 하는데요. 미국 인텔의 경우에는 제가 봤을 때 한 3~4번 그런 사이클이 이미 돈 상태입니다. 지금 어떤 테크 기업을 봐도 한국 테크 기업 대비 미국 테크 기업의 기업 가치가 5배에서 10배 차이 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런 게 있습니다. 그 사이클을 어떻게든 한 번은 저도 돌리고 싶어요. 웃긴 게 거의 5~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대학의 컴퓨터공학과라는 것이 전기 분야와 엔지니어 분야가 같이 있어 이상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랑 컴퓨터 사이언스랑 컴퓨터 비전에 관심이 없었어요. 돈을 못 버니까요. 다들 기기 분야에. 왜냐하면 삼성이랑 현대가 하드웨어 잘해주고 있으니까 돈 잘 주잖아요. 이런 삼성이랑 현대랑 사이클이 돌았었고 그쪽의 하드웨어 엔지니어 몸값이 높았었고요. 근데 아직까지는 자율주행이라든지 이런 다른 테크 기업의 사이클이 없었죠. 결국에는 누군가는 한 번은 끊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에서 그래도 좋은 사례가 몇 번 있었습니다. 수아랩이 컴퓨터 비전으로 4000억원에 팔렸고. 그러면서 이제 컴퓨터 비전 쪽 개발자 몸값이 살짝 올라가긴 했어요. 근데 국내 코스닥에 기술 성장하면 대부분 3000억~4000억원 가는데 딱 아직 그 사이클에 멈췄죠.”
“딥테크 기업의 해외 진출은 필수”
국내에서는 미국처럼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왜 어려울까요?이 대표
“마케팅 노력을 10을 했어요. 시장 크기 자체가 100이면 10에다 100을 곱하면 1000이 됩니다. 마케팅 10만 해도 1000이에요. 이스라엘 기업은 좋은 건 유럽이란 마켓 접근이 쉬워요. 유럽에 우리나라 같은 나라가 8개 정도 있어요. 시장 사이즈가 나오잖아요. 미국 사람들은 웃긴 게 대부분 해외 여행도 잘 안 해보고요. 근데 내부적으로 시장이 잘 돼 있어요. 미국에서만 잘해도 잘 클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사이즈가 있어서 그 '마켓 액세스'(가 이유)라는 것이 저는 단순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
"두 개에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왜 딥테크 쪽이 없었냐. 그러면 앞으로 왜 서울로보틱스나 리벨리온 같은 팀이 좀 유망하냐면요. 결국 생태계의 문제인데 왜 지금 가능하냐에 대해서요. 믿어주는 투자자와 팀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딥테크가 다른 섹터랑 다른 게 뭐냐면요. 정말 시간과 처절한 싸움입니다. 지금 '브랜뉴'가 2년 뒤 3년 뒤에 '브랜뉴'가 아닙니다. 정말 열심히 해야 되고 단기간에 돈이 들어와야 됩니다. 돈이 애매하게 들어가면서 커머스 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은 옵션들이 있습니다. 여기는 '우리는 좀 천천히 성장할 거야. 좀 투자받으면서 달려 볼 거야'가 있는데 딥테크 쪽은 그런 옵션이 없습니다.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굉장히 단기간 내에 아웃풋을 보여줘야 되고. 투자도 크게 크게 들어와줘야 되는데요. 요즘 투자자도 미국의 사례들을 보고 이스라엘 사례들도 보고. 특히 요즘 그래도 좀 두각을 나타내는 딥테크 회사들을 보면요. 서울로보틱스나 저희 기본적으로 창업자나 멤버들이 미국이나 유럽 마켓을 그냥 편하게 왔다갔다합니다. 외국 VC들이랑도 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되다보니까 결국 핵심은 마켓인데요. 글로벌로 갈 수 있는 팀이냐 없는 팀이냐. 이걸 보고 규모 있게 투자해 줄 팀이 나올 수 있냐 없냐인데요. 지금 딱 시그널이 온 것 같거든요. 이제 딱 하나 남았습니다. 성공 사례 하나만 만들어보자. 저희가 비상장 섹터에서 한 원빌리언 한 번만 찍어보면. 원빌리언까지 오는 시간이 10년이었으면 원빌리언에서 텐빌리언 하는 시간이 저는 훨씬 짧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사례들이 나와서 대형 M&A가 됐든 혹은 나스닥 상장이 됐든 국내에서 1조원 이상으로 상장이 됐든. 뭔가 한 바퀴만 돌리면요. 그 한 바퀴 돌리는 시간은 다음 10바퀴 돌리는 시간과 비슷할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우수 인재를 유치가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 대표
“일단 인력 풀이 작긴 합니다. 이 부분은 저희가 인정하고 들어가야 됩니다. 결국 글로벌 채용이 되는 팀이냐 안 되는 팀이냐로 나뉠 것 같습니다. 오히려 투자에서는 딥테크 쪽으로 전문적으로 봐주고요. 스케일업하는 데 있어서도 저희 팀의 노력과 상관없이 마중물이 들어오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인력 문제는 저희가 겸허하게 인력 풀이 좁다는 것를 받아들이고 글로벌로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 쪽에서 저희를 도와주실 수가 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는데 저희가 좀 창피하긴 합니다. 자꾸 정책적으로 이렇게 도움을 구하게 되는데요. 근데 이렇게 뻔뻔한 이야기하는 게 또 스타트업 대표라서요. 정책적으로 도와주실 거면 해외 인재를 한국으로 데려 오는데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합니다. 싱가포르도 주거든요. 중국도 줍니다. 저희가 대기업처럼 그런 어마무시한 패키지를 직원에 드릴 수는 없으니까요. 큰 돈 없이 저희의 딱 페인포인트를 집어줄 수가 있는데 그게 인재 유치 방안입니다. 그거를 좀 선순환시켜줄 수 있는 고리가 있으면 제일 좋겠다가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 대표
“인력 풀을 저희 쪽에서 단순하게 말씀드리자면 국내 자동차 기업은 하나 있어요. 현대 기아요. 독일만 가도 벤츠, BMW, 폭스바겐이 있어요. 거기 인력들은 돌아다녀요. 작년에 BMW 있다가 올해 벤츠 일했다가 다음에는 폭스바겐 가고. 이렇게 인력 풀이 커지고 엔지니어 능력도 높아지는 거죠. 국내는 현대가 끝이에요. 들어가면 갈 곳이 없어요. 거기서 끝까지 계셔야 하고. 저희는 해외에서 많이 모시고 왔어요. 최근 고용의 40~60%가 외국인분들이세요. 대부분 프랑스나 독일에서 오시고요. 정부에서 리로케이션을 도와준다면 게 되게 감사할 것 같아요. 최근에 비자에 대해서 제가 많이 컴플레인해서 비자는 좀 많이 완화가 됐어요. 골든 티켓을 잘 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죠. 이걸 얼마까지 할 수 있는지. 독일 아니면 미국에 가서 거기서 팀을 꾸려야 되냐 이런 고민을 지금 하는 상태입니다.”
해외 시장 공략은 어떻게 하나요?
이 대표
“저희가 고객사로 할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에 50군데가 안 돼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들이죠. 고객사를 보면 이노베이션 좋아하는 기업들이 있어요. 다행히도 BMW가 같이 해줬는데요. BMW는 독일 안에서도 이노베이션으로 빨리 빨리 재밌게 신기술 도입하는 걸 좋아하는 회사예요. 근데 이런 걸 일하고 나서 알았고요. BMW가 먼저 찾아줘서 이거 같이 해볼래 해서 그렇게 진행하게 됐는데요. BMW와 잘 되고 나면 이제 옆 동네에 가요. 이제 벤츠랑 폭스바겐이요. 독일에서 잘 되면 나중에 유럽 르노라든지. 독일 회사가 했으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요. 그다음에 트렌드가 일본으로 넘어가요. 토요타가 하면 혼다가 하고요. 근데 토요타가 하면 이제 현대가 해요. 토요타가 안 하면 현대는 안 해요. 이런 사이클이 있는데요, 결국 타겟팅을 돈은 많이 주지는 않지만 이노베이션 좋아하시는 분들부터 먼저 찾고요. 시장을 조금씩 파고드는 거죠.”
박 대표
“오늘 리벨리온에 대해서 하나만 기억을 해 주신다면요. 리벨리온은 글로벌을 나가기 위해서 목숨을 건 회사다. 그거 하나만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투자자한테도 저희 팀원한테도 우리는 맞아 죽어도 글로벌 가서 맞아 죽는다고 말합니다. 맞아 죽어도 격 있게 맞아 죽자고. 저와 초기 멤버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들어왔고 반도체 섹터가 이제는 아시아 쪽으로 넘어올 거라고 생각을 해서요. 저희의 첫 번째 레퍼런스가 글로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인 데이터센터 마켓은 조금 다르게 잡고 있습니다. 저희의 첫 번째 전략적 투자자며 리벨리온 주요 주주인 KT가 먼저 의논해서 된 게 뭐냐면요. 지금 데이터센터 쪽에 인공지능 반도체 레퍼런스가 없습니다. KT가 국내 데이터센터 압도적인 1위 회사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레퍼런스를 만들어 주겠다. 리벨리온이 KT에 도움이 되면서 동시에 저희 팀에 300억원 투자해 주셨거든요. 300억원보다 더 중요한 게 뭐냐면 저희와 함께 데이터센터의 레퍼런스를 만든 겁니다.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희소한 데이터센터 레퍼런스를 같이 만들어서 이걸 갖고 같이 글로벌로 가자. 결국 KT도 글로벌로 나가야 되는데 그 선봉장을 저희가 하겠다. KT 본진이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나가서 사업의 날카로운 예봉으로 먼저 뚫어주겠다고요. 저희의 첫 번째 레퍼런스인 파이낸스 쪽의 글로벌 마켓은 저희의 휴먼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뚫었습니다. 두 번째는 데이터 센터 쪽에서대한민국 1등 업체와 레퍼런스를 만들어서 그것을 가지고 글로벌로 나가겠다는 것이 글로벌 전략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리=김주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