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에 따른 수요 침체로 국내 화학·철강·저비용항공사(LCC)가 줄줄이 ‘어닝쇼크(시장 추정 대비 저조한 실적)’ 수준의 실적을 내놓고 있다. 이들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 가운데 경기도 반등 신호를 보이지 않아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소재부문 계열사인 SKC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61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69.5% 급감했다.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67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해 99억원의 손실을 냈다. 동박 등 2차전지 소재 사업 실적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비중이 큰 화학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6.7% 급감한 영향이 컸다.

지난 3분기 SKC 경쟁사인 롯데케미칼도 시장 추정치(-1070억원)의 네 배에 가까운 42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회사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 복합 악재로 인해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효성 역시 효성티앤씨(-206억원), 효성화학(-309억원) 등 석유화학 계열 자회사의 실적 부진으로 5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0년 1분기 이후 10개 분기 만의 적자전환이다.

철강사 실적도 크게 나빠졌다. 포스코홀딩스(-71.0%), 현대제철(-56.0%), 세아베스틸지주(-68.9%), 고려아연(-43.3%) 등 주요 기업 영업이익이 줄줄이 전년 동기 대비 급감했다. 특히 세아베스틸지주와 고려아연의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 대비 반토막 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온 LCC들은 존폐 기로에 섰다. 2019년 2분기부터 3년 넘게 적자를 낸 진에어는 최근 영구채 발행으로 자본잠식 우려를 간신히 벗었다. 제주항공은 모기업으로부터의 자금 수혈로 자본잠식 우려에선 벗었지만 실적은 컨센서스를 밑돌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화물 운송 강화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대형 항공사와 달리 LCC 실적은 여객 수요에 좌우되는 경향이 짙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