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자락의 회현 제2시민아파트(사진)가 철거된다. 1970년 준공된 시민아파트는 낡고 이색적인 분위기 때문에 영화,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했다. 앞서 용산 한강변의 증산·시범아파트와 경찰청 옆 서소문아파트의 재건축 방안도 마련되는 등 땅 소유권 없이 지어진 노후 아파트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안전도 D등급 재난위험 시설물로 지정된 중구 회현동 제2시민아파트의 철거 방안을 확정하고, 주민보상 절차를 시작한다고 11일 밝혔다. 서울시는 이달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사업을 위탁해 주민설명회를 연 뒤 본격적인 보상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시는 보상비와 철거비 115억원을 책정해 소유자에게는 건물 보상금과 이사비를 비롯해 임대주택도 특별공급한다. 세입자에게도 임대주택(전용 40㎡ 이하) 또는 3개월분 주거이전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철거 후 아파트 부지는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며, 필요한 공공시설이 있으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352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2004년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았다. 건물만 주민 소유이고 부지는 서울시 땅이다. 시는 건물이 남산 언덕에 붙어 있어 다시 짓기도 어렵다고 판단, 철거하기로 결정했지만 주민 반대와 보상 문제로 10년 넘게 철거가 지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근대 건축유산 보존도 고려해야 하지만 주민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해 붕괴 위험 건물은 빠르게 정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용산 한강변의 중산시범 아파트는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시민아파트와 같은 1970년 지어진 228가구 규모 이 단지는 1996년 재난위험 D등급의 특정관리대상으로 지정됐으나 부지를 서울시가 소유해 재건축이 불가능했다. 지난달 서울시는 공유재산심의회를 열어 중산시범아파트 부지 6378㎡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달 시의회 동의를 받아 매각 절차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국내 최고령 주상복합 건물인 미근동 서소문아파트도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돼 철거가 이뤄질 전망이다. 1972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만초천’이란 하천을 덮은 부지 위에 지어져 집주인들이 대지 지분 없이 건물소유권만 갖고 있다. 국토부는 서소문 아파트를 포함한 미근동 일대를 고밀 개발해 484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서소문 아파트 소유주에게도 아파트 분양권 등 보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