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4일 처음으로 대면 정상회담을 한다.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 발표 같은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직접 만남이 성사되면 양국의 긴장 관계가 다소 누그러질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미·중 정상 첫 대면

바이든-시진핑, 14일 발리서 첫 대면 회담
미국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14일 처음으로 만나 정상회담을 연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 양국 정상은 지금까지 전화 통화 및 화상 정상회담을 다섯 차례 열었다. 하지만 얼굴을 직접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건 14일이 처음이 된다.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고 미국 중간선거가 마무리되는 등 자국 내 정치 문제가 일단락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만남이다.

다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는 “이번 대면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은 예정에 없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면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양국 관계는 물론이고 대만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핵 문제, 기후변화 대응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은 지난달 중순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고, 대만 통일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응해 바이든 대통령은 힘을 이용한 현 상황 변경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북한의 7차 핵실험 시도를 중단시키는 데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할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직접적인 의견을 시 주석에게 제시할 수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여전히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몇 안 되는 국가다.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및 관련 장비의 수출 통제 조치도 논의 대상 중 하나로 꼽힌다.

양국 긴장 낮출 것으로 기대

주요 2개국(G2) 정상이 직접 만남을 갖고 최근 적대적 분위기를 완화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뒤 중국과 미국의 긴장 강도는 최고조로 올라갔다.

두 정상은 그동안의 접촉에서 평행선을 달려왔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첫 화상 정상회담 및 올 7월 전화 통화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 “불장난하다 타 죽는다”는 강경 발언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면서도 중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경계했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중국이 지원할 경우 간과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모두 적대적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가라앉히길 원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리번 보좌관은 최근 “양국 군 사이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정상이 어느 정도까지 합의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미·중 정상회담 시 “각자의 레드라인(양보할 수 없는 선)이 무엇인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양국 관계에 가드레일(안전장치)을 설치하기 원한다면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