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코리안투어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경기 파주 서원밸리의 밸리 9번홀. 원래 산이었던 자리를 파내고 공간을 만들어 대회 선수용 티박스를 이전보다 30m 뒤로 옮겼다.  파주=조수영 기자
KPGA 코리안투어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경기 파주 서원밸리의 밸리 9번홀. 원래 산이었던 자리를 파내고 공간을 만들어 대회 선수용 티박스를 이전보다 30m 뒤로 옮겼다. 파주=조수영 기자
"30m 차이가 만든 함정에서 살아남아라."

10일부터 경기 파주 서원밸리GC(파72)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시즌 최종전 LG 시그니처 플레어스 챔피언십(총상금 13억 원)에서 9번홀(파4)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까지 원온을 노릴 수 있는 서비스홀이었지만 올해는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함정으로 대변신했다. 단 30m가 만들어낸 변화다.

'서비스홀'의 대변신…티박스 뒤 산 파내

밸리코스 9번홀인 이 홀은 지난해까지 346m 전장에 직선으로 쭉 뻗은 내리막 홀이었다. 티박스 위치에 따라 남자 프로들로서는 원온을 노려볼 수 있는 구조였기에 지난해 대회 4일 동안 이글 1개와 버디 63개가 쏟아졌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다른 홀로 변신했다. 12일 KPGA 코리안투어에 따르면 앞서 열린 1, 2라운드에서 이글은 단 1개도 나오지 않았고 버디는 각각 19개, 18개가 나왔다. 지난해에는 전혀 없었던 더블보기도 하나 나온 상태다.

비밀은 티잉구역에 있다. 서원밸리GC는 올해 이 홀의 티잉구역을 30m 뒤로 밀면서 총 전장 377m 홀로 변신시켰다. 그러자 홀의 난이도가 크게 올라갔다. 티잉구역에서 그린이 보이던 직선홀이었지만 이제 시야에서 그린이 사라지게 됐다. 티잉구역이 30m 뒤로 물러나면서 오른쪽으로 휜 도그레그홀로 변신한 것. 여기에 홀 오른쪽으로 쭉 뻗어있는 메타세콰이어나무는 선수들의 시야를 교란시켜 코스 공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서원밸리측이 이 홀의 구조변경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11월,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2021'이 끝난 직후였다. 밸리 9번홀이 너무 쉬웠다는 프로들의 의견을 전해들은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은 골프장 관계자들에게 차별화를 시도해보자고 독려했다. 티잉구역을 30m만 뒤로 밀어도 오른쪽으로 휘어 티잉구역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도그레그 홀이 된다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골프장은 이를 곧바로 채택해 실행에 옮겼다.

문제는 이 홀 티잉구역 뒤편이 산으로 막혀있다는 점이었다. 골프장측은 과감하게 산을 파내는 토목공사를 단행하기로 했다. 곧바로 공사에 착수해 지난 3월까지 다섯달간 토목공사 기반 조성과 축대쌓기, 잔디식재를 진행했다. 올해 대회 직전까지 나무를 추가로 더하며 홀의 심미적 완성도도 끌어올렸다.

변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다소 밋밋했던 홀에 핸디가 더해지면서 코스 공략 난이도가 올라갔다. 1라운드에서 3.79였던 평균타수는 2라운드에서는 3.85까지 올랐다.

시그니처홀도 과감하게 손질

서원밸리GC는 이번 대회를 위해 자신의 '얼굴'에도 과감한 변화를 줬다. 이번 대회에서 11번홀로 운영되고 있는 서원코스 2번홀(파5)은 이 골프장의 시그니처홀이다. 폭포와 개울, 벙커와 그린 뒤 수풀 등이 완벽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면서도 난이도를 높이는 핸디캡으로 작용해 '장미의 가시 홀'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KPGA 코리안투어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경기 파주 서원밸리의 서원코스 2번홀(대회 11번홀). 그린 뒤편 철쭉군락지를 걷어내고 러프지역으로 만들어 선수들에게 세이브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파주=조수영 기자
KPGA 코리안투어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경기 파주 서원밸리의 서원코스 2번홀(대회 11번홀). 그린 뒤편 철쭉군락지를 걷어내고 러프지역으로 만들어 선수들에게 세이브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파주=조수영 기자
이 홀의 가장 큰 함정은 그린 뒤편에 넓고 깊게 자리잡고 있던 철쭉군락지였다. 400㎡에 이르는 이 숲은 워낙 깊고 가팔라 공이 그린에 안착하지 못하고 뒤로 넘어가면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기 일쑤였다. 선수들로서는 1벌타를 받아야하는 가혹한 핸디캡이었던 셈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서원밸리GC는 철쭉숲을 모두 제거하고 러프지역으로 바꿨다. 이석호 서원밸리GC 대표는 "인위적인 트랩으로 선수들의 플레이를 괴롭히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잘친 샷에는 보상을 하고, 실수로 러프에 떨어뜨리더라도 세이브할 수 있어야 진짜 변별력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해 인공적인 핸디인 수풀을 전격 제거했다"고 말했다. 서원밸리GC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코스관리의 목표를 '코스 본연의 모습'으로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회에서도 스피드 3.7(스팀프미터 기준)의 단단하고 빠른 그린은 선수들의 퍼트 실력을 엄정하게 시험하고 있다. 이 대표는 "변별력 높은 최고 컨디션의 그린은 스피드로만 결정되는게 아니다"라며 "습도와, 경도, 평탄성, 질감까지 4박자를 모두 관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2라운드까지 마친 현재 김민규(21)가 중간합계 15언더파 129타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6월 코오롱 한국 오픈 우승 때부터 상금랭킹 1위를 줄곧 지킨 김민규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시즌 2승과 함께 상금왕에 오른다.

이원준(호주)은 코스레코드 타이기록인 9언더파 63타를 몰아쳐 공동 2위에 오르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원준은 2020년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 우승 이후 2년 만에 통산 3승을 노린다.

김영수(32)는 2언더파 70타를 치며 공동 4위(10언더파 134타)에 자리 잡아 서요섭(26)과 대상 포인트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파주=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