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대 수백 곳과 예산 나눠쓰면 첨단과학 선도 연구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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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편성 변경 추진하자
4대 과기원·과학계 강력 반발
"지금까지 과제 먼저 결정한 뒤
과기부 돈 받아 프로젝트 진행
교육부로 예산 심의 넘어가면
장기·선제적 연구 제약 클 듯"
기재부 "지원 축소 없다"지만
'평등 족쇄' 채워질까 우려
4대 과기원·과학계 강력 반발
"지금까지 과제 먼저 결정한 뒤
과기부 돈 받아 프로젝트 진행
교육부로 예산 심의 넘어가면
장기·선제적 연구 제약 클 듯"
기재부 "지원 축소 없다"지만
'평등 족쇄' 채워질까 우려
“지난 40년간 과학기술원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 왔습니다. 첨단 과학기술을 안정적으로 연구하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제 예산을 전국 수백 개 대학·전문대와 섞어서 나눠 쓰게 되면 첨단 과학기술 연구와 과학 영재를 위한 수월성 교육을 추진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모 과학기술원 고위관계자)
기획재정부가 관련 기관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4대 과기원 예산을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운영지원 예산에서 교육부가 관리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자 과학기술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KAIST 등 ‘상위 1% 이내’ 수월성을 추구하는 연구중심 대학이 외국 대학·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첨단기술 연구에 족쇄가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 온 ‘과학기술 중심 혁신국가’ 실현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4대 과기원은 각 특별법에 의해 운영되는 연구중심 대학이다. 매년 말 각 과기원 총장들이 수백 쪽 분량의 내년도 사업계획서를 작성, 과기정통부 등과 협의해 최종 예산을 받는다. 이 같은 독특한 연구자금 마련 구조는 세계적으로 앞선 과학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혀왔다. 삼성전자 반도체를 개발하는 석·박사급 인력의 25%가 KAIST 출신이다.
KAIST는 AI에 관한 인식이 거의 없던 1990년 10억원의 정부출연금을 마중물로 ‘인공지능연구센터’를 세우면서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누적된 AI 분야 연구 실적에 힘입어 KAIST는 2020년 세계 컴퓨터사이언스(CS) 랭킹 7위를 기록했다.
한국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사업도 교육부가 통제하는 구조에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KAIST는 1989년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받은 1억원 등 9억9000만원으로 자체 ‘인공위성연구소’를 세웠다. 1992년 한국 첫 번째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발사됐고, 후속 연구가 이어져 한국은 오늘날 달 탐사선을 제작해 쏘아 올리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KAIST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스탠퍼드대 사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오른 것은 자체적으로 사업 및 예산구조를 짠 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회계 구조가 바뀌면 각종 연구개발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 과기원 고위관계자는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꾸준히 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순간에 그때그때 연구개발비 증액이 이뤄져야 한다”며 “교육부 특별회계에 과기원이 포함되면 일반대와 동일 잣대로 비교되면서 선제적 투자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하향 평준화되고 ‘전교생 장학금’ 같은 우수 이공계 학생 유치 전략도 어려워질 수 있다. 올해 4대 과기원이 학생 1명에게 투자하는 교육비용은 최대 1억483만원에 이르지만 전액 학교에서 부담한다. 반면 일반 국·공립대 및 사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4대 과기원의 50% 수준이다.
한 과기원의 고위관계자는 “전국 200여 개 대학뿐만 아니라 전문대, 평생교육원과 같이 예산이 묶이면 4대 과기원의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높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형평성 문제가 반복되다 보면 과기원 예산이 결국 산산이 흩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기획재정부가 관련 기관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4대 과기원 예산을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운영지원 예산에서 교육부가 관리하는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자 과학기술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KAIST 등 ‘상위 1% 이내’ 수월성을 추구하는 연구중심 대학이 외국 대학·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첨단기술 연구에 족쇄가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강조해 온 ‘과학기술 중심 혁신국가’ 실현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긴축재정 ‘유탄’ 맞은 과학계
1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주 4대 과기원 예산을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에 편입할 방침이라고 통보했다. 기재부가 긴축재정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4대 과기원의 미래 연구 자금에까지 손댄 것이다. 기재부는 “과기정통부 일반회계에서 교육부 특별회계로 변경해도 관리 감독 및 예산 편성 권한을 교육부가 아니라 과기정통부가 맡고 지원금액도 줄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과학기술계는 과학연구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우주항공, 인공지능(AI), 2차전지, 소형모듈 원자로(SMR) 등 미래 먹거리를 다루는 첨단기술 연구는 그동안 4대 과기원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마련해왔는데, 교육부가 재정 지원 형태로 개별 대학에 교부금을 나눠주는 예산 구조로는 선제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4대 과기원은 각 특별법에 의해 운영되는 연구중심 대학이다. 매년 말 각 과기원 총장들이 수백 쪽 분량의 내년도 사업계획서를 작성, 과기정통부 등과 협의해 최종 예산을 받는다. 이 같은 독특한 연구자금 마련 구조는 세계적으로 앞선 과학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혀왔다. 삼성전자 반도체를 개발하는 석·박사급 인력의 25%가 KAIST 출신이다.
KAIST는 AI에 관한 인식이 거의 없던 1990년 10억원의 정부출연금을 마중물로 ‘인공지능연구센터’를 세우면서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누적된 AI 분야 연구 실적에 힘입어 KAIST는 2020년 세계 컴퓨터사이언스(CS) 랭킹 7위를 기록했다.
한국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사업도 교육부가 통제하는 구조에서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KAIST는 1989년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받은 1억원 등 9억9000만원으로 자체 ‘인공위성연구소’를 세웠다. 1992년 한국 첫 번째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발사됐고, 후속 연구가 이어져 한국은 오늘날 달 탐사선을 제작해 쏘아 올리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KAIST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스탠퍼드대 사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오른 것은 자체적으로 사업 및 예산구조를 짠 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평등 요구, 첨단연구 족쇄 될 것”
현재 4대 과기원은 국가 핵심 기술 개발을 도맡고 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지난 9월 탄소 포집·이용·저장(CCUS), 청정수소 생산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는 2011년부터 한국뇌연구원을 설립하고 뇌 질환과 관련한 신약 개발 및 뇌파 분석 연구 등을 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회계 구조가 바뀌면 각종 연구개발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 과기원 고위관계자는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꾸준히 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순간에 그때그때 연구개발비 증액이 이뤄져야 한다”며 “교육부 특별회계에 과기원이 포함되면 일반대와 동일 잣대로 비교되면서 선제적 투자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하향 평준화되고 ‘전교생 장학금’ 같은 우수 이공계 학생 유치 전략도 어려워질 수 있다. 올해 4대 과기원이 학생 1명에게 투자하는 교육비용은 최대 1억483만원에 이르지만 전액 학교에서 부담한다. 반면 일반 국·공립대 및 사립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4대 과기원의 50% 수준이다.
한 과기원의 고위관계자는 “전국 200여 개 대학뿐만 아니라 전문대, 평생교육원과 같이 예산이 묶이면 4대 과기원의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높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형평성 문제가 반복되다 보면 과기원 예산이 결국 산산이 흩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