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1일 내놓은 코로나19 방역 정책의 핵심은 해외 입국자의 문호를 넓히고 국내에선 대규모 봉쇄를 줄이는 것이다. 경제 정상화 기대에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 호재까지 맞물리면서 중화권 증시는 이날 급등세를 보였다.

중국 행정부인 국무원은 이날 발표한 ‘과학적이고 정확한 방역 업무 통지’에서 해외 입국자 등의 시설격리 기간을 7일에서 5일로 줄였다. 입국자 격리 기간 단축은 지난 6월 말 21일(시설 14일+자가 7일)에서 10일(시설 7일+자가 3일)로 줄인 뒤 넉 달여 만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내년 여름까지 순차적으로 격리 기간을 더 줄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확진자가 나온 항공편에 대한 일시 운항정지(서킷 브레이커)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이와 함께 탑승 전 48시간 내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증명서 2회 제출 의무는 1회로 조정했다.

국내 봉쇄 기준인 ‘위험 지역’은 기존 ‘고·중·저’에서 ‘고·저’로 축소했다. 감염자가 나온 아파트나 빌딩을 고위험 지역으로 지정해 봉쇄하는 것은 현행과 같다. 하지만 고위험 주변 지역까지 중위험 지역으로 지정해 2~3주씩 출입을 통제하던 관행은 줄어들 전망이다. 국무원은 고위험 지역은 해당 건물로 한정해야 하며, 그 주변은 저위험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위험 지역을 방문한 사람은 시설격리에서 자가격리로 전환했다. 밀접접촉자의 밀접접촉자, 그 접촉자에 대한 관리 폐지와 맞물려 수만 명을 시설에 수용하던 기존 통제 조치가 크게 완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고 ‘방역 정책 최적화’를 결의했다. 지난달 당대회에서 구성된 20기 지도부의 첫 회의였다. 지난 5월 19기 상무위 회의가 ‘방역 전쟁에서의 승리’를 내걸었던 것과 달리 이번 회의는 ‘과학적이고 정밀한 방역’을 강조했다. 상무위는 이번 회의를 통해 “가능한 한 빨리 생산과 생활 질서를 정상화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중국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1만543명으로 상하이 봉쇄 당시인 4월 말 이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었다. 감염 확산에도 중화권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1.69% 오른 3087.29로 장을 마쳤다. 선전성분지수는 2.12% 상승한 11,139.77을 나타냈다. 외국인은 이날 본토 주식을 93억위안(약 1조7300억원)어치 순매수하면서 닷새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홍콩 항셍지수는 7.74% 폭등하며 10월 10일 이후 한 달 만에 17,000선을 회복했다. 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퇀 등 본토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주식들이 일제히 10%가량 뛰었다. 중국 1위 부동산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도 20% 이상 급등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