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24년 대선 포기해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 전날인 지난 7일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유세 도중 “오는 15일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에서 큰 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결론부터 얘기하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주 2024년 대통령 선거 재출마를 선언하면 대선은 그날 바로 결론 난다. 공화당의 전멸로.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출마하고, 민주당이 대선 후보로 조 맨친 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과 같은 온건파를 지명한다면 중도파는 압도적으로 트럼프의 경쟁자에게 투표할 것이다.

"트럼프 나오면 공화당 전멸"

이번 중간선거의 쟁점을 살펴보자. 인플레이션, 낙태, 범죄, 팬데믹, 교육, 기후 등. 트럼프는 2020년 대선을 도둑맞았다는 단 한 가지 쟁점만을 내세웠다. 트럼프의 부정선거 카드를 꺼내든 공화당 상원 후보로는 뉴햄프셔주의 돈 볼듀크, 애리조나주의 블레이크 마스터스 등이 있다. 주지사 후보로는 펜실베이니아주의 더그 매스트리아노, 뉴욕주의 리 젤딘 등이 포함됐다.

이들이 트럼프의 선거관을 수용함으로써 지명을 확보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사실상 모든 후보가 2020년 선거와 트럼프를 강조하지 않고 전통적인 이슈를 기반으로 캠페인을 벌였다. 왜일까. 트럼프만으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의 승리를 넘어 저변을 넓혀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조언했다. 하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그 결과 트럼프의 선거관에 기반해 출마한 공화당 후보 중 상당수가 패배했다.

짐 클라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민주당 의원은 8일 저녁 CBS에 출연해 “2024년 대선 계획은 2022년과 다르게 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후보를 내세워야 하나?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정직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를 제외한 공화당 대선 잠룡과 민주당 후보들을 비교해보자. 이번 중간선거에서 몇몇 공화당 주지사는 큰 승리를 거뒀다. 플로리다의 론 드샌티스,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오하이오주의 마이크 드와인 등이다. 이들 이외에 유력한 대선 후보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팀 스콧 등이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는 안갯속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명받지 못할 것이다. 민주당 후보로는 조 맨친 의원을 비롯해 델라웨어주의 크리스 쿤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믿음직한 중도파가 거론된다. 모두 트럼프는 이길 것이다.

美 중간선거 메시지 새겨야

최근 미국 정치에서 확인한 점이 있다면 트럼프가 후보로 나오면 민주당의 득표율이 치솟을 것이란 사실이다. 극우부터 중도 보수에 이르기까지 2016년 대선의 기반층은 소멸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단 한 가지 생산적인 메시지를 꼽는다면 그것은 트럼프의 패배다. 9일 한 베팅 사이트(ElectionBettingOdds.com)에 따르면 드샌티스가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확률은 13%포인트 상승한 37.9%를 기록했다. 트럼프가 될 확률은 37.5%로 19%포인트 하락했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The Trump Liability for the GOP’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