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간부를 ‘악의 축’이라고 비판한 조합원을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기소된 버스기사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버스노조 간부 B씨와 C씨를 ‘버스노조 악의 축’이라고 한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채용 비리를 제보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노조위원장에게 폭행당했다는 내용의 허위 언론 인터뷰를 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명예훼손 혐의는 1·2심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모욕 혐의에 대해서는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로, 2심은 유죄로 봤다. 모욕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비판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악의 축’이라는 용어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 등을 일컬어 사용한 이후 널리 알려지면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 측 핵심 일원’이라는 비유적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지나치게 모욕적·악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