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과의 비밀 합의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에 갈 포탄을 미국에 팔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리 국방부는 이에 대해 최종 사용자가 미국이라는 조건을 달아 협의를 벌이고 있으며,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그대로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면서 부족분을 채우는 것인 만큼 사실상 ‘우회 지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밀 합의에 대해 잘 아는 미국의 관리들은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155㎜ 포탄 10만 발을 구매한 뒤 우크라이나 포병부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WSJ에 밝혔다. WSJ는 특히 이달 초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 만나 포탄 제공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포탄 10만 발 구매 방침이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 마티 마이너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 정부는 한국의 비정부 방산업계로부터 포탄을 사들이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며 “한국군 비축 물량에서 조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기간이 길어지면서 포탄 재고가 줄어들고 있는 미국으로선 한국의 간접 제공이 이뤄지면 한숨 돌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WSJ는 “한국 정부가 미국을 통해 포탄을 제공하는 것은 한·미 동맹을 지지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치명적 군사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공약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이날 우리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미국 내에 부족해진 155㎜ 탄약 재고량을 보충하기 위해 미국과 우리 업체 간 탄약 수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미국을 ‘최종 사용자’로 한다는 전제”라고 설명했다. 군 소식통은 “포탄 수출은 ‘방위사업관리규정’에 따라 진행된다”며 “국내 업체가 수출할 탄약은 미국만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이 기존 포탄 보유분을 우크라이나 측에 제공한 뒤 자국이 쓸 목적으로 포탄을 수입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국과 북한이 각각 개입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당국은 최근 러시아가 북한에 포탄 등 제공을 요청했고, 북한이 중동 등에 보내는 것처럼 위장해 포탄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