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11일(현지시간) 파산 신청을 했다. 경쟁사이자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가 부실 재정에 시달리는 FTX 인수를 검토했다가 철회한 지 하루 만이다.

이날 FTX는 회사 공식 트위터를 통해 "챕터11 파산 보호 절차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CNBC는 "유동성이 고갈되고 고객들의 뱅크런(가상자산 대량 인출) 요구가 잇따른 데다 바이낸스가 구속력 없는 인수계약을 파기함에 따라 FTX는 320억달러(약 42조원)짜리 몸값을 자랑하던 회사에서 파산기업으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9일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유동성 경색이 발생한 FTX를 인수하기 위해 구속력 없는 투자의향서(LOI)에 서명했다고 발표했지만, 하루 만에 발을 빼기로 했다. FTX와 그 모회사 격인 헤지펀드 알라메다리서치의 부실한 재무구조가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이 FTX에 예치한 자산을 무더기 인출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FTX에 묶여 있는 자산은 6억9543만달러에 달한다. FTX가 바이낸스의 인수 철회로 파산 신청에 이르게 되면서 투자자들은 묶인 자산을 돌려받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FTX와 알라메다에 투자했거나 대출해준 기관들도 줄줄이 손실이 불가피하다. FTX 투자자 명단에는 블랙록, 세쿼이아캐피털, 소프트뱅크그룹, 캐나다교원연금 등 유수 기관이 즐비하다. 세쿼이아는 FTX에 넣은 투자금 1억5000만달러를 이미 손실로 처리했다. 회수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에선 '암호화폐업계의 JP모간'이란 별칭까지 얻으며 스타로 떠올랐던 뱅크먼프리드가 한순간에 몰락하면서 시장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일이 암호화폐 시장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