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희망 퇴직, 새벽 배송 철수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진행
이륜차 실시간 배송에 집중
경영권 매각 카드까지 내놨지만
투자도 M&A도 쉽지 않아
13일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따르면 메쉬코리아는 구조조정 성과를 앞세워 OK캐피탈과 대출 상환 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2월 메쉬코리아는 투자금 조달이 여의찮아 보이자 제2금융권인 OK캐피탈로부터 '브릿지론'을 받았다. 유정범 창업자(14.82%)와 김형설 사내이사(6.18%)의 보유지분 전량을 담보로 360억원을 빌렸다.
하지만 글로벌 금리인상기 투자 혹한기가 심화하면서 대출은 '족쇄'가 됐다. 지난 8월 1차 상환일을 넘기면서 메쉬코리아가 부담해야 할 이자율은 주관사 수수료 등을 포함해 15%대로 껑충 뛰었다. 대출 상환 만기일이 다가오자 메쉬코리아 주주단은 OK캐피탈, 현 경영진 등 3자 합의를 통해 경영권 매각(바이아웃 딜)을 진행하고 있다.
VC업계에선 OK캐피탈이 결국 대출 상환 기한을 연장해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OK캐피탈이 보유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의 부실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메쉬코리아의 부실채권까지 떠안게 되면 운영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성과 통할까
메쉬코리아는 지난 7월부터 흑자전환을 위한 턴어라운드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종합유통물류 회사를 지향했던 목표는 포기하고 본업이자 흑자사업인 이륜차 실시간 배송에만 집중키로 했다. 새벽 배송, 식자재 유통, 당일배송은 이미 철수했으며, 풀필먼트, 도심형 물류센터(MFC), 미들 마일 물류 등은 정리를 시작했다. 이들 사업은 매월 약 20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연말까지 이륜차 실시간 배송 외의 사업은 대부분 정리된다.
본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본사 인력 240명 가운데 희망퇴직으로 100명 넘는 인력이 떠났다.
롯데쇼핑 200개 점포를 구조조정한 바 있는 임영교 팀장이 메쉬코리아 턴어라운드 TFT를 맡았다. 임 팀장은 "현장만큼은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통을 분담했다"며 "이륜차 실시간 배송 사업이 지속 가능해야 520여개 전국 지점, 2만명의 활동 배송 기사, 12만개의 소상공인, 600여개의 브랜드를 확보한 우리의 현장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부릉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경우 배송 기사가 한꺼번에 나오면서 인건비 인하 등 처우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조조정의 결과 3분기 영업손실은 130억원으로 2분기의 156억원 대비 26억원 줄었다. 반면 매출은 3분기 111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전 최대 매출인 2분기의 1002억원 대비 11% 증가한 수준이다.
임 팀장은 "현재 추세라면 12월에는 월 적자 폭이 15~16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내년 6월 월 손익 흑자전환을 계획하고 있으며 혹시 늦어져도 7~8월 배달 성수기엔 손익 분기점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누가 구원투수가 될까
메쉬코리아는 지난달 투자 실사를 벌이던 KT가 중도 포기하면서 경영권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배달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동종업계의 인수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이륜차 배달 플랫폼은 바로고, 만나플러스(공유다 제트콜 등 7개 배달 대행 연합), 생각대로, 부릉 4개가 과점하고 있다. 이중 메쉬코리아가 운영하는 부릉은 현재 4위 플랫폼이다.
메쉬코리아는 구조조정 성과를 앞세워 기존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주요 주주는 최대 주주인 네이버(18.48%)를 비롯해 GS리테일(18.46%), 현대차(8.88%), 솔본인베스트먼트(7.51%) 등이다. 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관계자는 "전략적 투자자는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고 일종의 '주가 물타기'를 위해 추가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며 "최근에 지분을 산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아무래도 후속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1조원을 내다봤던 메쉬코리아의 기업가치는 최근 투자 검토 당시 5000억원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한 VC 관계자는 "메쉬코리아가 IT 기술로 이륜차 실시간 배송시장을 혁신시킨 것은 분명한 성과"라면서도 "투자 유치도 인수합병(M&A)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 결국 스스로 살아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