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총칼에 숨지거나 다친 21명·가족 28명 소송 제기
"16세 소년, 갓난아기 아빠도" 5·18 정신적 손해배상 승소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게 가혹 행위를 당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또다시 승소했다.

광주지법 민사13부(임태혁 부장판사)는 5·18 피해자 21명과 가족 등 49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청구한 금액의 16%∼56%를 인정해 정부가 각각 500만원∼2억5천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는 열여섯 어린 나이에 계엄군의 총탄에 숨진 안종필 군의 가족들도 참여했다.

안군은 광주상고(현 동성고) 1학년이던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에서 최후의 항전을 함께하다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남편을 여읜 데 이어 아들까지 보낸 어머니와 차마 어머니께 시신조차 보여드리지 못하고 동생의 장례를 치러야 했던 형제의 사연은 2019년 5·18 제39주년 기념식에서 소개돼 많은 이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길거리에서 계엄군에게 대검과 곤봉으로 구타당해 숨진 김모(18)군, 열아홉 나이에 계엄군에게 폭행당한 뒤 8년간 정신질환에 시달리다가 사망한 김모씨의 사례도 있었다.

6살 아들, 4살 딸과 돌도 안 된 아들을 남겨둔 채 1980년 5월 21일 계엄군의 총상에 숨진 나모씨 유족, 그리고 둘째 딸 출산을 이틀 앞둔 1980년 5월 20일 계엄군의 총에 척추를 관통당해 평생 하반신 마비로 고통받다가 사망한 김모씨 유족들도 소송에 동참했다.

"16세 소년, 갓난아기 아빠도" 5·18 정신적 손해배상 승소
재판부는 "이 사건은 국가기관이 헌법 질서 파괴 범죄를 자행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반인권적 행위로 위법성 정도가 매우 중대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들의 나이, 시대적 상황에 비춰 보면 망인뿐 아니라 가족들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40여 년간 배상이 지연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5·18 보상법에 따라 이미 보상금을 받은 사람은 '재판상 화해' 효력이 발생해 더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헌법재판소는 해당 법 조항에 보상금 산정 시 정신적 손해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보상금에는 신체적 손해만 포함돼 있을 뿐 정신적 손해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헌재 결정 이후 5·18 유공자와 유족 1천여명이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