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는 우승 다툼만큼이나 치열한 또 하나의 ‘전쟁’이 펼쳐졌다. 내년도 정규투어 시드권을 확보하기 위한 중하위권 싸움이다.

상금랭킹 60위 안에 들어야 내년에도 1부 투어에서 안심하고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이번 대회까지 반영된 상금랭킹이 60위 밖인 선수들은 2부 투어 상위 선수들과 ‘지옥의 시드전’을 치러야 한다. 15일 전북 무안CC에서 나흘간 열린다. KLPGA투어 선수들은 시드전을 두고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지옥 같은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1부 투어 잔류와 2부 투어 강등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압박감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안송이(32)는 이번 대회에서 중하위권 선수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우승을 다툰 그는 최종합계 7언더파 209타로 2위에 오르며 아깝게 우승을 놓쳤다. 하지만 우승만큼이나 값진 성과를 거뒀다. 바로 내년 시즌 풀시드권이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 안송이의 상금랭킹은 60위였다. 2020년 팬텀 클래식 우승으로 확보한 2년 시드 효력이 올해 끝나기에 이번 대회 성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조금만 미끄러져도 시드전에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송이는 이 대회에서만 상금 1억1500만원을 추가하며 상금랭킹을 단숨에 24계단 끌어올리며 정규투어 풀시드를 따냈다.

지난 대회에서 상금랭킹 62위로 풀시드 유지가 만만치 않았던 정지민(26)은 턱걸이로 붙었다. 직전 대회였던 S-Oil 챔피언십까지 랭킹 62위로 자칫 시드전으로 떨어질 수 있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공동 17위를 기록하며 두 계단 끌어올렸다.

반면 한 끗 차이로 ‘지옥의 시드전’에 나가야 하는 선수들도 있다. ‘루키’ 서어진(21)은 직전 대회까지 랭킹 57위였지만 이번 대회 합산 결과 61위로 떨어지며 풀시드권을 놓치게 됐다. 정지민과 서어진의 올해 총상금 차이는 단 29만8547원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반전을 노렸던 손예빈(20), 유서연(19)도 60위 안으로 진입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지옥의 시드전’에서 정규투어 잔류를 위한 혈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춘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