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왼쪽) 여사가 12일(현지 시각)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소년을 안고 있다. 오른쪽은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이 소말리아 봉사활동에서 영양실조 어린이를 안고 있는 모습. / 사진=대통령실, 유니세프 페이스북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왼쪽) 여사가 12일(현지 시각)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소년을 안고 있다. 오른쪽은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이 소말리아 봉사활동에서 영양실조 어린이를 안고 있는 모습. / 사진=대통령실, 유니세프 페이스북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하면서 각국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 대신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청소년의 집을 방문했다. 이를 두고 야권 일각에서 '외교 결례'라는 취지의 비판을 제기하는 가운데, 김 여사가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을 따라 했다는 주장까지 나와 화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소년의 집을 찾아 위로했다. 김 여사는 전날 헤브론의료원 방문 때 만나려 했던 이 소년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이날 자택을 방문했다. 캄보디아 측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의 배우자들을 위해 마련한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 방문 프로그램 대신 김 여사는 이 소년의 집을 전격 방문한 것이다.

이 소년은 헤브론의료원에서 2018년 심장 수술을 받았지만, 추가로 수술이 필요한 상태다. 최근에는 뇌수술도 받았다. 가족은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소년에게 "건강해져서 한국에서 만나자"라며 격려했고, 소년의 가족에게 "반드시 희망은 있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고 힘을 내야 한다"고 위로했다.

김 여사의 행보를 두고 야권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김 여사의 사진 구도, 옷차림 등이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을 따라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김 여사의 사진을 보면 그는 묶은 머리에 검은색 반소매 상의를 입고 두 팔로 이 소년을 안아 든 채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비교가 되는 사진에는 1992년 오드리 헵번이 영양실조 아동을 안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아동의 집을 찾아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아동의 집을 찾아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진애 전 의원은 "대통령 배우자가 공식 일정을 거부한 게 외교 현장에서 가당하냐. 무슨 사진을 이렇게 많이 뿌리냐. 영부인은 공적 신분이지 셀럽이 아니다"라고 했다. 야권 성향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각국 정상 배우자들은 회의 주최 국가의 의사를 존중해 앙코르와트를 단체로 방문했는데, 대한민국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만 혼자서 심장병 앓는 아이를 만나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를 했다"고 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주어를 밝히진 않았지만 "따라 하고 싶으면 옷차림이나 포즈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과 희생을 따라 하라"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장식품처럼 활용하는 사악함부터 버리길 바란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 출신 김연주 시사평론가는 "(이태원 참사 등) 국내 상황을 고려해 앙코르와트를 방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우리 의료진이 일하고 있는 의료원을 방문, 환아를 격려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왜 비판받을 일이냐"며 "부 야권 인사가 ‘왜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개인 일정에 나섰냐’ 혹은 ‘왜 사진을 많이 뿌리냐’고 비판했는데 그야말로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드리 헵번의 이미지로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는데 국제구호단체의 친선 대사를 지냈던 김혜자 씨나 정애리 씨도 같은 구도의 사진이 여러 장 나와 있으니 참조하라"며 "만약 김 여사가 다른 정상 배우자들과 함께 앙코르와트에 갔다고 한번 가정해 보라. 그랬다면 국가의 참사를 잊고 관광지에 갔느니 마느니 하며 하이에나 떼처럼 덤벼들어 물어뜯는 인사들이 어디 한둘이었겠냐"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