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현실화하면서 캐피털사 유동성 리스크가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은행과 보험 등은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PF 부실 등을 충분히 견딜 기초체력을 갖춘 반면 캐피털사는 직격탄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캐피털사의 신용등급도 위태롭다.

1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캐피털사의 조달금리는 올해 10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캐피털채의 평균 발행금리는 1.9%로 집계됐다. 하지만 신규 캐피털채 발행금리(AA-등급, 3년물)는 6%를 넘었다. 이런 금리 상승이 지속되면 캐피털사의 평균 조달금리는 올해 10월 말 2.7%에서 내년 6월 말 3.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희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세미나에서 “캐피털사가 유동성 경색을 겪는 주된 원인은 금리 상승보다 부동산PF 부실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게 반영된 것”이라며 “부동산PF 이슈가 먼저 해결되기 전에는 유동성 문제가 쉽게 풀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부동산PF 중에서도 브리지론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브리지론은 향후 부동산PF로 전환되는 걸 전제로 하지만 금융회사들이 부동산PF를 취급하지 않으려 하다 보니 브리지론의 부실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은행과 보험사, 캐피털사 등 금융회사는 저금리 시대에 부동산PF를 중심으로 자산을 늘려 왔다. 다만 은행과 보험사 등은 안정적인 선순위 대출 위주로 취급했지만 캐피털사는 상대적으로 사업장 규모가 작고 리스크가 높은 중후 순위 대출을 주로 취급했다.

윤 연구원은 “캐피털사 중에서도 신용등급 A급 이하인 곳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더욱 높을 것”이라며 “이들 캐피털사가 보유한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의 경우 양적·질적 측면에서 부실 우려가 커 손실 흡수력 측면에서 열위하다”고 평가했다.

상대적으로 국내 은행은 리스크 대응 능력이 나쁘지 않아 신용등급 하방 압력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국내 시중은행들의 담보대출 비중은 55%에서 75%로 높아졌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특정 산업에 집중적으로 대출이 이뤄진 과거와 달리 특정 차주에 대한 집중도가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