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14일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비트코인 가격은 1만6266달러로 24시간 전보다 3.4% 떨어졌다. 1주일 전보다는 22.1% 급락한 수준이다.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24시간 전보다 4%가량 내린 1209.1달러에 거래됐다. BNB(273.4달러) XRP(0.343달러) 카르다노(0.328달러) 도지코인(0.0833달러) 등 주요 암호화폐도 24시간 만에 2~7% 하락했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한 것은 FTX의 파산보호 신청 소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파산보호란 파산법원 감독하에 회생 절차를 밟는 것으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한 제도다.

FTX의 부채 규모는 최대 500억달러(약 66조2000억원), 채권자는 10만명에 달한다. 가상 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다. FTX에 거액을 투자한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수천억원대 손실이 불가피하고 개인 투자자들도 역시 한 푼도 건지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암호화폐와 암호화폐 거래소는 일반 금융기관과 달리 파산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어서다. 국내 FTX 이용자도 1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FTX 사태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맥신 워터스 민주당 의원은 "암호화폐 기업이 고객 보호와 관련된 관리 감독 없이 운영될 경우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 명백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 패트릭 맥헨리 공화당 의원도 "미 의회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국민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게리 갠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의장은 FTX와 관계사 알라메다 리서치에 대해 "사람들의 돈을 가져다가 다시 돈을 빌리고 그 사실은 공개하지도 않은 채 고객과 거래했다"며 "세계 투자자에게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세계적 베스트셀러였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는 "FTX 사태로 비트코인이 1만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요사키는 대표적인 비트코인 옹호론자로 꼽힌다. 기요사키는 "FTX 사태로 비트코인인 1만 달러 내지 1만2000달러까지 떨어져 새로운 바닥을 형성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런 그의 주장은 비트코인 투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저가 매수의 기회가 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요사키는 "걱정이 아니라 흥분이 앞선다"며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 붕괴가 임박한 가운데 금 은 비트코인이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