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전기차를?"…보조금 1년에 100만원씩 줄어드는 이유 [전기차 30만 시대(3·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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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전기차 보조금 100만원 축소
소비자들 "보조금 줄면 전기차 안 살 것"
"보조금 외에도 다양한 세제혜택 고려해야"
소비자들 "보조금 줄면 전기차 안 살 것"
"보조금 외에도 다양한 세제혜택 고려해야"
"한국은 1년에 100만원씩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이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말이다.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는 전기차 에 대해 세제 혜택을 안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타격에 대한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로 예상됐으나, 공 사장은 예상밖으로 국내 보조금 정책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은 이번 법안(IRA)에 따라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2032년까지 지속 유지하겠다고 한다"면서 "산업 전략 측면에서 (우리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건의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비판이 흘러나오는 대목. 미국도 IRA를 만들어 보조금 정책을 유지하며 자국 전기차 산업 보호에 앞장서는데, 국내에선 오히려 보조금을 축소하며 "거꾸로 간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 전기차의 점유율이 수년새 크게 늘어난 것은 보조금 덕이 컸다.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이나 안전성 문제 등의 진입장벽을 국가와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으로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단 보조금 축소는 전기차 가격 하락을 전제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당초 전망과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배터리 주요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전기차 가격이 오히려 오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전기차 가격이 내려가 내연기관차와 비등해진 상황이라면 보조금이 필요 없지만, 전기차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보조금을 축소해버리니 산업 육성 계획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셈이다.
테슬라는 앞서 올해만 다섯 차례나 값을 올리는 등 전기차 가격 인상을 주도했다. 현대차도 2023년형 아이오닉5를 출시하면서 최대 430만원 올렸다.
소비자들은 보조금이 줄어든다면 굳이 전기차를 사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향후 2년 내 차량 구매 구입 계획이 있는 소비자 528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72%) 보조금이 200만원 축소되면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비율이 56%에 달했다. 보조금이 400만원 축소될 경우에는 '구매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29%까지 뛰었다.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 구매를 고려한다는 A씨는 "비싼 가격이 걸리지만 앞으로는 전기차가 대세라고 하니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찻값이 오르는데 보조금도 줄어든다고 하니, 충전 문제 등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전기차를 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초기에 보조금이 잘 나올 때 비교적 싸게 산 차주들이 승자 같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이 언제 중단되는지를 묻는 경우도 여럿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줄여나가는 정책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보조금이 전기차 구매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므로 정부가 보조금을 계속 줄여나가는 정책을 해외 사례를 참고해 속도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보조금뿐 아니라 다양한 세제 혜택을 늘려 인센티브 정책을 강화하는 것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전기차 구매를 장려하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이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말이다.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는 전기차 에 대해 세제 혜택을 안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타격에 대한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로 예상됐으나, 공 사장은 예상밖으로 국내 보조금 정책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은 이번 법안(IRA)에 따라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2032년까지 지속 유지하겠다고 한다"면서 "산업 전략 측면에서 (우리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건의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2025년까지 줄어드는 전기차 보조금
공 사장의 발언처럼 우리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규모를 매년 줄여나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승용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대당 6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100만원 줄일 계획. 대당 받을 수 있는 보조금 규모를 줄이는 대신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승용차를 늘린다는 게 정부 정책 방향이다.비판이 흘러나오는 대목. 미국도 IRA를 만들어 보조금 정책을 유지하며 자국 전기차 산업 보호에 앞장서는데, 국내에선 오히려 보조금을 축소하며 "거꾸로 간다"는 얘기다.
실제로 국내 전기차의 점유율이 수년새 크게 늘어난 것은 보조금 덕이 컸다.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이나 안전성 문제 등의 진입장벽을 국가와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으로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었다.
정부의 오판?...소비자들은 "안 산다"
물론 보조금이 점차 줄어드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보조금 축소는 전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2025년까지 전기차 보조금 단가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단 보조금 축소는 전기차 가격 하락을 전제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당초 전망과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배터리 주요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전기차 가격이 오히려 오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전기차 가격이 내려가 내연기관차와 비등해진 상황이라면 보조금이 필요 없지만, 전기차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보조금을 축소해버리니 산업 육성 계획 자체가 흔들리게 되는 셈이다.
테슬라는 앞서 올해만 다섯 차례나 값을 올리는 등 전기차 가격 인상을 주도했다. 현대차도 2023년형 아이오닉5를 출시하면서 최대 430만원 올렸다.
소비자들은 보조금이 줄어든다면 굳이 전기차를 사지 않겠다는 의견이 많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향후 2년 내 차량 구매 구입 계획이 있는 소비자 528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72%) 보조금이 200만원 축소되면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비율이 56%에 달했다. 보조금이 400만원 축소될 경우에는 '구매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29%까지 뛰었다.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 구매를 고려한다는 A씨는 "비싼 가격이 걸리지만 앞으로는 전기차가 대세라고 하니 구매를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찻값이 오르는데 보조금도 줄어든다고 하니, 충전 문제 등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전기차를 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초기에 보조금이 잘 나올 때 비교적 싸게 산 차주들이 승자 같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이 언제 중단되는지를 묻는 경우도 여럿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줄여나가는 정책에 대해 재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보조금이 전기차 구매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므로 정부가 보조금을 계속 줄여나가는 정책을 해외 사례를 참고해 속도 조절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보조금뿐 아니라 다양한 세제 혜택을 늘려 인센티브 정책을 강화하는 것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전기차 구매를 장려하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