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헤르손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한 뒤 일부 러시아 주전론자들이 이례적으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사상을 주창해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우익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은 보수 성향 차르그라드TV 웹사이트에 게재한 글에서 전제주의적 지도자의 주요 임무는 그가 통치하는 국민과 영토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 당국은 (이 외에)어떤 다른 것에도 굴복할 수는 없다.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적어 현 상황에 대한 못마땅함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 게시물에서 그는 푸틴 대통령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가뭄에 비를 내리지 못해 살해된 아프리카 왕 이야기에 대한 연구를 언급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크렘린궁을 상대로 좀처럼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러시아 공산당도 러시아 하원(국가 두마)에서 헤르손 철수 명령에 대한 해명을 국방부에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집권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은 이 제안에 즉각 반박했다.
일부 평론가들은 러시아가 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러시아군이 미국과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에 군수품을 보급하는 우크라이나 서부 통로를 왜 폭격하지 않았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러시아 정부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러시아 독립신문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사설에서 "푸틴 대통령의 결정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그는 실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기 때문이다.
리더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지위를 떨어뜨리고, 자질을 의심하게 만든다"라고 비꼬았다.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의 소유주이자 편집자인 콘스탄틴 렘추코프는 러시아 지배층의 일원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을 탈환했다는 소식에 환희에 찬 현지 주민의 모습이 공개되자 소셜미디어(SNS) 상에서는 지난 9월 러시아가 헤르손을 점령한 뒤에 진행한 영토 합병 투표에서 90%에 육박하는 주민들이 실제로 찬성표를 던진 것이 맞느냐고 묻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이 같은 날선 비판이 현실에서는 별다른 영향력이 없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정치 분석가로 현재 러시아를 떠나 망명 생활 중인 전직 언론인 막심 트루돌류보프는 "푸틴의 상황이 악화한 것은 확실하지만 그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그동안 그는 너무 많은 선을 넘었지만, 여전히 (러시아 내) 핵심 세력과 주요 인물을 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