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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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중국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 출시가 잠정 중단됐다. 미·중 갈등이 격화된데다 최근 외국인 자금의 중국 이탈이 잇따르는 등 중국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13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블랙록은 지난 2분기에 출시하려던 중국 채권 ETF 출범을 잠정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이 ETF는 미국 규제당국의 승인을 모두 받고 상장만 앞둔 상태였다.

FT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정치적 부담이 커지자 신규 ETF 출시를 중단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에 대한 무역 제재 수위를 높여가는 시점에서 중국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을 출시했다간 예상 외의 리스크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앤드루 콜리어 오리엔트캐피털리서치 매니징 디렉터는 “미국 주도의 제재로 중국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FT는 블랙록과 관련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ETF 출시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전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중국과 미국 국채 간 수익률이 역전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1일 기준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82%로 중국 10년 만기 국채의 수익률(2.74%)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중국 채권에 투자하는 다른 ETF들의 수익률은 올해 들어 부진한 상태다. 블랙록이 유럽에서 상장한 ‘아이쉐어즈 중국위안화 채권 UCITS ETF(CNYB)’는 지난 한 해 5%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연초 이후 –8.6%로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외국인 자금의 중국 이탈로 CNYB의 자산규모는 연초 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