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은 왜 법당에 '500원짜리 불상'을 모셨을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다음달 4일 만일결사 대장정 마무리
"마음 청정할 수만 있다면 논두렁도 절이 된다"
"마음 청정할 수만 있다면 논두렁도 절이 된다"
불교계 원로 법륜스님(69)은 1992년 인도 성지순례를 떠났다.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부다가야 보리수 앞, 법륜스님은 힌두교도 행상에게 ‘부처의 나라에 살면서 왜 불교를 안 믿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가 반문했다. “매일 전 세계 불교도가 이곳을 찾지만 성지 앞 걸인을 돕겠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당신이 말하는 부처의 자비란 대체 뭐냐.”
이웃에 대한 실천을 강조하는 ‘만일결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다음해 불가촉천민이 모여 사는 둥게스와리마을 인근 학교 건립을 시작으로 북한동포 돕기 등 나눔·수행을 이어왔다. 자원봉사자 7만여 명이 참여한 만일결사는 다음달 4일에 1만일의 대장정을 마친다.
14일 서울 서초동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만난 법륜스님은 “정토회는 복 비는 말이나 죽음 이후를 얘기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독자 120만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즉문즉설’ 운영자로 널리 알려진 법륜스님은 정토회 지도법사이자 평화재단 이사장이다. 정토회는 부처의 가르침을 토대로 사회적 실천과 수행을 강조하는 단체다. 울산 두북수련원에서 승속(스님과 일반인) 구분 없이 농사를 짓고 수련한다. 국내외 정토회 자원봉사자 수는 2500여명. 스타 드라마작가 노희경, 배우 조인성, 한지민 등도 정토회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정토회는 전용 회관을 지어 지난달 1일 정식 개관했다. 30년간 5개 건물에 흩어져 월세살이를 해왔던 불교대학, 출판사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정토회 관계자는 "건물을 올렸다니 다들 부자인 줄 아는데, 매달 월세 내는 것보다 빚 내서 건물 짓는 게 차라리 저렴해서 회관을 건립하게 됐다"고 했다.
전기, 소방, 통신 등 건물 관리는 자원봉사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시종을 거느리지 않았던 부처처럼" 자급자족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옥상의 법당 ‘대성초당’엔 단청조차 없다. 베이징 거리에서 500원 주고 사왔다는 조그마한 불상만 모셔져 있다. “여보게, 누군가 논두렁에 앉아 마음을 청정하게 하면 그곳이 절이고 그 사람이 스님이네.” 법륜스님은 젊은날 봉암사 서암스님이 해준 이 말을 평생 새기며 살아왔다고 했다. 그는 “늘 부처처럼 살 순 없어도 시간, 돈, 마음을 조금씩 옳은 일에 내어줄 수는 있다"며 "우리는 부처가 되려 하지 말고 부처의 한 조각, 즉 ‘모자이크 붓다’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붉은 가사(승복)는 낡고 헤져 곳곳이 찢어져 있었다. 법륜스님은 "환경운동하겠다는 사람이 새 옷을 자꾸 사면 안 되니 10년 전부터 입던 승복을 그대로 입고 있다"며 웃었다.
그간 만일결사는 환경, 빈곤퇴치, 평화, 수행 등 네 가지 목표를 향해 각종 대중운동을 벌여왔다. 내년 3월 시작할 새로운 만일결사로는 재활용 유통, 대안교육 등을 논의 중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이웃에 대한 실천을 강조하는 ‘만일결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다음해 불가촉천민이 모여 사는 둥게스와리마을 인근 학교 건립을 시작으로 북한동포 돕기 등 나눔·수행을 이어왔다. 자원봉사자 7만여 명이 참여한 만일결사는 다음달 4일에 1만일의 대장정을 마친다.
14일 서울 서초동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만난 법륜스님은 “정토회는 복 비는 말이나 죽음 이후를 얘기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독자 120만명에 달하는 유튜브 채널 ‘즉문즉설’ 운영자로 널리 알려진 법륜스님은 정토회 지도법사이자 평화재단 이사장이다. 정토회는 부처의 가르침을 토대로 사회적 실천과 수행을 강조하는 단체다. 울산 두북수련원에서 승속(스님과 일반인) 구분 없이 농사를 짓고 수련한다. 국내외 정토회 자원봉사자 수는 2500여명. 스타 드라마작가 노희경, 배우 조인성, 한지민 등도 정토회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정토회는 전용 회관을 지어 지난달 1일 정식 개관했다. 30년간 5개 건물에 흩어져 월세살이를 해왔던 불교대학, 출판사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정토회 관계자는 "건물을 올렸다니 다들 부자인 줄 아는데, 매달 월세 내는 것보다 빚 내서 건물 짓는 게 차라리 저렴해서 회관을 건립하게 됐다"고 했다.
전기, 소방, 통신 등 건물 관리는 자원봉사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시종을 거느리지 않았던 부처처럼" 자급자족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옥상의 법당 ‘대성초당’엔 단청조차 없다. 베이징 거리에서 500원 주고 사왔다는 조그마한 불상만 모셔져 있다. “여보게, 누군가 논두렁에 앉아 마음을 청정하게 하면 그곳이 절이고 그 사람이 스님이네.” 법륜스님은 젊은날 봉암사 서암스님이 해준 이 말을 평생 새기며 살아왔다고 했다. 그는 “늘 부처처럼 살 순 없어도 시간, 돈, 마음을 조금씩 옳은 일에 내어줄 수는 있다"며 "우리는 부처가 되려 하지 말고 부처의 한 조각, 즉 ‘모자이크 붓다’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붉은 가사(승복)는 낡고 헤져 곳곳이 찢어져 있었다. 법륜스님은 "환경운동하겠다는 사람이 새 옷을 자꾸 사면 안 되니 10년 전부터 입던 승복을 그대로 입고 있다"며 웃었다.
그간 만일결사는 환경, 빈곤퇴치, 평화, 수행 등 네 가지 목표를 향해 각종 대중운동을 벌여왔다. 내년 3월 시작할 새로운 만일결사로는 재활용 유통, 대안교육 등을 논의 중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